4·3 담은 '순이삼촌' 오페라, 국민에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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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금기로 여겨지던 제주 4·3을 공론장에 올리는 데 기여한 현기영의 소설이 오페라 <순이삼촌> 으로 재탄생해 서울 관객들과 만난다. 순이삼촌>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고희범)과 제주아트센터가 공동 제작한 이 창작 오페라는 2020년 제주에서 초연됐고, 일부 개작을 거쳐 다음달 3일과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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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4일 전석 무료 관람
1970~80년대 금기로 여겨지던 제주 4·3을 공론장에 올리는 데 기여한 현기영의 소설이 오페라 <순이삼촌>으로 재탄생해 서울 관객들과 만난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고희범)과 제주아트센터가 공동 제작한 이 창작 오페라는 2020년 제주에서 초연됐고, 일부 개작을 거쳐 다음달 3일과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 성악가와 합창단, 배우 등 230여명이 출연하는 4막의 대형 오페라로, 전석 무료 공연이다.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창작 오페라 <순이삼촌> 제작발표회에서 원작자 현기영은 “이 창작 오페라가 4·3 영령들을 위한 진혼곡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술총감독을 맡은 성악가 강혜명은 “4·3특별법 개정안 통과와 희생자 배상·보상 등을 이끌어낸 국민의 관심과 격려에 보답하는 마음을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에 담고자 한다”며 “희생자 유가족과 제주도민을 대신해 국민께 바치는 헌정 공연인 셈”이라고 말했다.
제주 조천면 북촌리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을 제주 사람들 시각에서 다룬 이 오페라는 영상과 삽화, 낭송, 자막 등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연극적 요소가 짙다. 제주교향악단 상임 편곡자 및 전문 작곡가로 활동 중인 최정훈이 작곡을, 제주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김홍식이 지휘를 맡았다. 화가 강요배, 사진가 강정효 등 제주와 인연이 깊은 예술인들이 제작에 두루 참여했다.
오페라는 1978년 발표된 원작 소설의 줄거리를 따라 흐른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상수가 8년 만에 고향 북촌리에 돌아와 순이 삼촌의 죽음과 맞닥뜨리면서 1막 ‘태사룬 땅을 밟다’가 시작된다. 2막 ‘북촌, 이승과 저승 사이’는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1948년, 군인들이 동네 사람들을 집결시켜 총구를 겨눈 북촌국민학교 운동장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일주도로변 네개의 ‘너븐숭이 옴팡밭’에서 300여명이 한날한시에 떼죽음을 당하는데, 이때 싸늘하게 식어버린 두 어린 자녀를 발견하고 착란에 빠진 순이 삼촌이 ‘광란의 아리아’를 부른다. 3막 ‘마침내 해제된 소개령’은 폐허로 변해버린 마을로 돌아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비통한 이야기다. 4막 ‘넋은 넋반에 혼은 혼반에’는 싸라기눈이 흩날리는 1979년 섣달, 북촌 옴팡밭이 배경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순이 삼촌이 수많은 이들이 죽어나간 그날, 그 밭에서 깊은 회한에 잠긴 채 생을 마감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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