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정치권의 물난리 '네탓 공방'

2022. 8. 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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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여야가 지난달 22일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타결하고 '53일'간 이어지던 국회 공백기를 끝낸 지 20일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공백기가 이어지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달 들어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리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8일부터 10일 오전 7시까지 누적 강수량이 경기 용문산(양평) 532.5㎜, 서울 525㎜, 경기 광주 524.5㎜ 등이라고 밝혔다. 최근 30년간 서울의 7월 합계 강수량이 322.7~488.6㎜, 올해 장마철(6월 23일~7월 25일) 서울에 내린 비가 552.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달동안 내리는 비가 하루이틀 사이에 쏟아진 셈이다. 기상 관측 이후 최다량이라는 점에서 115년만, 서울관측소 하루 강수량으로 최다라서 100년만, 서울관측소 1시간 강수량 최다라서 80년만의 폭우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당연히 피해도 컸다. 중대본이 이날 오전 6시 기준 집계한 바로는 인명피해는 사망 9명(서울 5명·경기 3명·강원 1명), 실종 7명(서울 4명·경기 3명), 부상 17명(경기)이나 된다. 이재민은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398세대 570명, 주택·상가 침수 2676동, 옹벽 붕괴 7건, 토사유출 29건, 농작물 침수 5헥타르(ha), 산사태 11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계획했던 규제혁신전략회의를 미루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폭우 피해 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도 진행했고, 폭우 피해 이재민을 방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계속 폭우 예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된다는 것"이라며 "이번 폭우는 기상 관측 이래 115년 만의 최대 폭우이나 언제든지 최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 과거 사례에 비춰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예상보다 더 최악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폭우가 예보된 지난 8일 대통령실에서 서초구 자택으로 퇴근했다. 이후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대본으로 이동하려다 주변 지역 침수로 자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등과 새벽 3시까지 전화통화를 하면서 상황을 점검하고 지시를 했다고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튿날인 9일 인명피해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래쪽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발언해 사실상 퇴근 시점에 침수피해가 시작된 것을 인지했음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야당 측에서는 '자택 고립 지휘'라고 문제 삼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난 8일 폭우로 가정집에 물이 들이치고 도로가 붕괴된 와중에도 윤 대통령은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자택에서) 전화로 대응했다"며 "대통령이 무슨 스텔스기라도 되냐"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대통령실이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 "(윤 대통령 자택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가 국가위기관리센터라는 말이냐"고 했다.

민주당은 또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두고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한 것과 전화로 당시 상황을 지휘한 것을 빗대 '컨트롤타워가 아닌 폰트롤타워'라고 빈정대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소환해 강공으로 대응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100년만의 폭우로 인한 피해를 두고 대통령실 이전까지 끄집어내 공격하는 민주당을 보며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때 전임 대통령은 뭘 했나. 그런게 문제이지,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면 그걸 어디서 했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여야는 이날 폭우대책을 논의하고 수해 피해지역을 방문하는 등 민심을 살피기 시작했으나 서로를 향한 대립각을 버리지는 못했다.

사전에 폭우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치수계획을 정비하지 못한 책임은 문재인 전 정부와 윤석열 정부 모두에 있다 해야 할 것이다. 폭우대책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가 집중된 서울·인천·경기의 전임 단체장은 모두 민주당이었고, 김동연 경기지사를 제외한 서울·인천 단체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세훈·유정복 등 국민의힘 단체장으로 바뀌었다. 여야가 서로 잘잘못을 따질 자격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폭우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아 서로를 물어뜯기 바쁜 여야를 보면서 정치권이야말로 정쟁에 고립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실망감이 들었다.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조사기간 6~8일,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여야의 역할에 대해 국민들은 혹독하게 평가했다. 여당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평가는 '잘못함'이 74.7%였고, '잘함'은 22.9%였다. 야당으로서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잘못함'이 69.8%, '잘함'이 25.4%로 비슷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정치권을 향해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여의도에 있지 말고, 이 물난리에 휩쓸려 나갔으면 하지 않을까 한다"고 고강도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십분 납득이 되는 말이다.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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