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반지하 전면금지 안하면 '신림동 비극'계속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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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사람이 갇혀 있다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2층 주민과 옆집 창문을 뜯으려 했는데. 물이 이미 차올라 수압 탓에 뜯을 수가 없었어요. 물이 이렇게 무서운지 처음 알았어요." 1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가슴을 쳤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과거에는 침수 위험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주거공간 확보를 위해 반지하를 허용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며 "법적으로 반지하를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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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중랑구 등 서울 20만 가구
특이한 주거형태 외신 조롱거리
전문가 "반지하 전면금지해야"
"옆집에 사람이 갇혀 있다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2층 주민과 옆집 창문을 뜯으려 했는데…. 물이 이미 차올라 수압 탓에 뜯을 수가 없었어요. 물이 이렇게 무서운지 처음 알았어요." 1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가슴을 쳤다. 이 빌라는 폭우로 갑자기 불어난 물에 발달 장애인과 가족 세 명이 참변을 당한 반지하 주택이다.
반지하 주택은 이번처럼 호우때만 되면 참사의 주범이다. 호우로 인한 서울 사망자 9명 중 4명은 반지하에 거주하던 서민들이다. 집중호우 때마다 반지하 주택 피해가 계속되면서 반지하 주택 건축을 전면 금지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서울 시내 지하(반지하) 주택은 20만849가구에 달한다. 서울시 전체 가구(301만5371가구)의 6.6%다. 관악구(2만113가구), 중랑구(1만4126가구), 광진구(1만4112가구) 등 노후주택 단지에 몰려 있다.
반지하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주거 형태다.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를 처음 접한 외국인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냈다. 이번 참사로 인해 반지하는 조롱거리가 됐다.
AFP, BBC 등 외신은 한국어 발음을 알파벳으로 그대로 옮긴 'banjiha'라는 표현을 썼다. 외신은 반지하 거주민 중 빈곤층이 많다며 "그간 서울에서 홍수로 피해를 봤던 반지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은 사후약방문격으로 뒷북 대책에 호들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하주택을 비롯한 주거 안전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반지하의 비극이 없도록 근본대책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 반지하의 60% 이상이 몰린 서울시도 반지하 주택 건축을 전면금지하는 방향으로 건축법 개정을 국토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 집중호우로 노후 주택가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중앙 정부에 건의,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은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반지하 건설을 제한할 수 있도록 법(건축법 11조)을 개정했다. 이후 서울의 반지하 가구는 2010년 30만8660가구에서 2020년 약 10만가구가 감소했다.
'침수 우려 지역'의 정의가 모호한데다 반지하 주택의 경우 건물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아 건축주들은 주택밀집 지역에서 '신축 반지하'를 선호하고 있다. 반지하를 없앨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해 주택을 더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반지하 주택의 시작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신조 무장공비 침투로 안보 위협을 느낀 정부는 유사시 대피용으로 건축물의 지하층 설치를 의무화했다.
당시 지하실은 주거 공간이 아닌 창고 등으로 활용됐지만, 서울 인구가 급증하면서 집주인이 몰래 지하층을 주거용으로 바꿔 세를 놓았다. 주택 확보를 위해 정부는 불법 개조를 '주거용 공간'으로 합법화했다. 1999년 지하층 의무설치 규정이 폐지되고 주차공간 확보가 강화됐지만 반지하층 법 조항은 그대로 유지돼왔다.
전문가들은 기후이상 변화로 폭우 우려가 커지고 있어 '후진국형' 반지하 주택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과거에는 침수 위험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주거공간 확보를 위해 반지하를 허용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며 "법적으로 반지하를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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