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총선을 '윤석열'로 치를 수 있을까?

황준범 2022. 8. 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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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편집국에서] 황준범 | 정치부장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뒤 첫마디로 “제가 해야 할 일은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고 했다.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훌륭한 사람 봤냐”고 핏대를 세우던 한달 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휴가 중에 받아든 20%대 지지율의 충격이 크긴 큰 모양이다. 국민의힘도 덜컹덜컹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면서 내홍 수습에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확 빠져나간 국민 지지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 20%대는 정파를 떠나,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게 하는 위험한 수준이다. 이 숫자에 가장 민감한 이들은 윤 대통령 자신보다도 1년8개월 뒤 총선을 앞둔 사람들일 것이다. 여당 물밑에선 윤 대통령의 위상에 쩍쩍 금이 가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일한 ㄱ씨는 “2024년에 ‘윤석열 키즈’로 출마하려 했다. 지금 분위기로는 그 간판으로는 죽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지율이 조금은 살아나겠지만 윤 대통령 태도가 안 바뀔 것 같고, 김건희 여사와 그 주변 통제도 잘 안될 것 같다. 이러다 박근혜-최순실 비슷한 일 나오면 끝장”이라고 했다. 역시 다음 총선을 준비하는 ㄴ씨는 “이 상황이면 윤 대통령 내걸고 선거 못 나간다. 이 당은 박근혜 탄핵도 한 당인데 내년쯤에 무슨 일을 못 하겠냐. 이대로 가면 윤 대통령 탈당 요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 의원 ㄷ씨는 “이렇게 빨리 윤석열 정부 위기가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지역구민들에게 ‘지켜보자. 나도 윤 대통령이 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하며 다닌다”고 했다.

취임 석달 만에 ‘강부자·고소영’ 인사 편중 논란과 광우병 촛불시위로 지지율 21%(한국갤럽)까지 떨어졌다가 이듬해 40%대까지 회복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를 들어 윤 대통령의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들도 자신없어 한다. 위기의 근원인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변화할 거라고 못 믿기 때문이다.

여당의 현재 위기는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에서 보듯, 이준석을 몰아내고픈 ‘윤심’에서 시작됐다.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린 뒤 벌어진 혼란상은 윤핵관들이 ‘거사’를 이뤄낼 치밀한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내 보였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통령 문자 노출 사건이 없었다면 이준석 몰아내기의 정점인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어떻게 이르렀을지 궁금할 지경이다. 기형적 무리수를 통해 가까스로 탄생한 비대위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전당대회는 언제 할지 등 여전히 불확실투성이다. 당이 비상이라면서, 그 혼돈의 주요 발원지였던 권 원내대표는 뚜렷한 설명 없이 자리를 보전했다. 윤핵관들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냉소 분위기는 이유가 있다. “실력도 없으면서 오만하다”는 수군거림이 여의도를 넘어온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은 어떠한가.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일천하다면 참모라도 그 약점을 보완하게끔 짰어야 한다. 대신 윤 대통령은 인사, 법률, 공직기강, 총무 등 핵심 보직을 검찰 인사로 채웠다.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면서 여야, 각 부처와 소통할 수 있는 참모는 안 보인다. 수십년 몸담았던 검찰 조직처럼 대통령실 또한 다루기 편한 사람들로 짜면 국정도 일사불란하게 잘 돌아갈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박순애 교육부 장관 낙마 사태는 대통령실이 인사부터 정책, 정무, 홍보에 이르기까지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못해 빚어진 참사다. 취임 석달 만에 국민 10명 중 7명이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면 지금 진용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게 상식적이다.

결국 윤 대통령 스스로 변해야 한다. 곧 다가오는 취임 100일은 대통령의 직분과 대통령실의 역할을 다시금 무겁게 새겨볼 좋은 계기다. 대통령실 참모와 내각 쇄신, 윤핵관의 2선 후퇴, 김건희 여사 주변 관리, 여당 내 포용, 야당과 협치 등이 모두 윤 대통령 자신을 되돌아보는 바탕 위에서 가능할 것이다. 내후년 총선 때 국민의힘이 ‘윤석열 간판’을 원할 것 같은지 계속 자문해봤으면 한다. 국민 다수의 마음을 얻는 길도 그 질문과 닿아 있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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