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SMC보다 법인세 더 내고 인건비 부담도 컸다

오찬종 2022. 8. 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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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 분석
법인세율 25%로 5%P 높고
임직원 임금 4900만원 더줘
韓 반도체인력 年1400명 양성
대만 1만명에 턱없이 부족
R&D비용 40%, 시설투자 6%
세액공제율은 대만보다 유리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라이벌인 대만 TSMC와 비교할 때 법인세, 인건비 등에서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TSMC를 따라잡고 파운드리 1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경제단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삼성전자와 TSMC 본사가 각각 위치한 한국과 대만의 조세 정책, 각종 인센티브, 인력 수급 현황 등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우선 기업에 가장 큰 조세 부담으로 작용하는 법인세의 경우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대만보다 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향후 세제 개편이 이뤄져도 삼성전자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은 TSMC보다 여전히 높은 셈이다.

세액공제 면에서 TSMC는 대만 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15% 세액공제와 함께 반도체 패키지 공정 비용의 40%를 지원받는다. 아울러 반도체 인력 육성을 위한 보조금 혜택도 받는다.

반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R&D 투자에 대해선 2%, 시설투자는 1%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았다. 다만 지난 4일 반도체 산업지원법으로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됨에 따라 R&D 비용은 최대 40%, 시설투자는 최대 6%로 세액공제율이 인상돼 대만보다 오히려 유리해졌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인건비와 인력 수급 측면에서도 TSMC가 삼성전자보다 우호적 환경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TSMC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임금은 약 9500만원이었다. 1억4400만원 수준인 삼성전자보다 인건비 부담이 작았다. 매년 반도체 인력 양성 규모는 대만이 1만명 규모로 현재 1400명 수준에 불과한 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컸다.

전기요금은 대만(kwh당 134.2원)이 한국(110.5원)보다 비싸지만, 수도 요금은 대만(t당 486원)이 한국(719원)보다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전기요금이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적자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계속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 속에서 삼성전자는 TSMC를 좀처럼 추격하지 못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TSMC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과반으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16.3%로 2위를 기록했다. TSMC는 지난해 4분기보다 매출이 11.3% 성장했고, 점유율도 1.5%포인트 높이며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 투자에 집중하면서 도약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이 적용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대형 고객사들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GAA 2세대 공정도 2024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TSMC는 3나노 양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고객사인 인텔이 새로운 중앙처리장치(CPU) 제품 설계와 공정 검증 문제로 TSMC에 맡겼던 3나노 주문 물량을 대거 취소했다. 이에 따라 TSMC의 3나노 양산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파운드리 업계에 3나노 매출이 올해부터 발생해 2024년에는 5나노 공정 매출을 넘어서고, 2025년까지 연평균 85% 폭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나노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초기 비용이 높기 때문에 양산이 궤도에 오르면 격차를 더 좁힐 수 있다.

다만 TSMC의 추가 증설에 따라 경쟁 구도가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올해 말까지 대만 남부 가오슝시에 새로운 반도체 칩 생산기지(공장)를 건설할 예정이다.

타이중, 타이난 등 주요 거점에서도 8000명 이상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 후발주자인 인텔도 파운드리 부문에서 자체 제품 생산을 계획하면서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적기에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와 추가적인 R&D·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 인력 양성 등 정책 과제의 이행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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