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약처방' 꺼내든 이준석..與·본인 운명, 결국 법원 손에

홍지인 2022. 8. 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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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전환 절차 하자 지적하며 효력정지 가처분..인용시 與 대혼돈 불가피
기각되면 李 정치적 치명타 전망..주호영 등 막판 중재 모색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최덕재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0일 결국 법적 대응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로써 이 대표 본인은 물론 집권 여당 지도부 전체의 운명이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지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아울러 집권 초반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던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카드로 수습을 모색했지만, 체제 전환과 동시에 송사에 휘말리며 또 다시 고비를 맞게 됐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국민의힘 및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당시 자신에 대한 공격에 맞서 "제가 흑화(黑化)하지 않도록 만들어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자신에 대한 정치공세가 지나치게 격해질 경우 본인도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 있는 만큼 공격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였지만, 결국 이 발언 이후 두 달 여 만에 이 대표로서는 법원에 여당의 운명을 맡기는 '극약처방'의 강수를 둔 셈이다.

구체적인 가처분 신청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대위 전환을 결정한 전국위 의결 절차에 대한 효력 정지와 주 위원장의 직무 집행정지를 구하는 내용 등이 담겼을 것으로 관측된다.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준석 대표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6.12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

지난달 8일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직무정지를 당한 이 대표는 당이 비대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줄곧 지적해왔다. 이미 사퇴를 선언한 최고위원이 비대위 전환을 위한 최고위 표결에 참여한 사례 등이다.

만약 법원이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율사 출신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이는 정치적으로 당내에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결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의 해임을 반대하는 책임당원들로 구성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에서도 별도의 집단 소송과 함께 탄원서 제출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대토론회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 등이 모인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주최로 열린 대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2.8.8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

이번 소송을 이끄는 신인규 변호사는 통화에서 "집단소송에 1천560명이 참여하기로 했다"며 "이르면 내일 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로 가처분이 기각된다면 이 대표가 받게 될 타격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경우 이 대표가 다시는 당내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없게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당에서는 이미 이 대표의 법적 대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절차적 완결성을 기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판사 출신의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전날 "(이 대표가) 절차적인 것을 많이 문제 삼고 있는 것 같은데, 당에서 절차적인 문제를 다 점검해서 문제가 없도록 한 것으로 안다"며 "당 사무처 관계자들로부터 가처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병수 전국위 의장도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진행하는 절차에 있어 당헌당규상 허점이 없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주호영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8.10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그럼에도 당에서는 막판까지 중재 노력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절차적 완결성'에 대한 자신감과 별개로 현시점에서 쉽사리 법원의 판단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이 대표가 패하더라도 결국에는 당이 상처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와 연락했느냐'는 질문엔 "다각도로 접촉을 노력하고 있다"라면서도 "이 대표 측에서 마음을 내서 만날 결심을 해야 일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5선의 정우택 의원은 SNS에 "그동안 이 대표에게 애정을 갖고 걱정하고 응원을 보내주셨던 당원이나 국민들께서도 정치적 해결이 아닌 사법적 판단으로 가는 모습을 결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더는 루비콘강을 건너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친이준석계'로, 한때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다가 내지 않기로 결정한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이 대표의 정치를, 저는 저의 정치를 하고 있을 뿐"이라며 "생각과 방법이 다를지라도 대표의 선택은 존중한다"고 썼다.

당내에서는 비대위원 임명 완료로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면서 공식적으로 이 대표의 대표직에서 해임되기 전에 법원이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미 13일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ge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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