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이 시작됐다"..'5만전자' 전저점도 깨지나

심성미 2022. 8. 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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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실적 악화
엔비디아 이어 마이크론까지
실적 전망 크게 밑돌아 '쇼크'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4.5%↓
견고했던 데이터센터 수요 둔화
D램 재고·'칩4' 가입도 악재
삼전 이익 눈높이 급격히 하향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잇따라 암울한 실적을 예고하고 나섰다. PC와 스마트폰뿐 아니라 당초 반도체 수요를 지탱해줄 것으로 예상했던 데이터센터 시장의 반도체 수요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반도체의 겨울이 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주가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 ‘5만전자’로 털썩

10일 삼성전자는 1.50% 하락한 5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5일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시 ‘5만전자’로 추락했다. SK하이닉스도 3.47% 하락한 9만1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9만원 선을 위협받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올해 실적 전망치를 크게 하향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9일(현지시간) 글로벌 3위 D램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올해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 전망치가 지난 6월 말 제시한 가이던스(68억~86억달러) 하한선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공시했다. 이어 다음 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고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날 마이크론은 3.74% 급락했다.

지난 8일엔 엔비디아도 예비 실적 보고서를 통해 2분기(5~7월) 매출(67억달러)이 당초 전망치보다 약 17% 적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의 30%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도 7년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 업계 강자인 웨스턴디지털(WDC)도 5일 전 분기 대비 18% 감소한 3분기 매출 가이던스(37억달러)를 제시하며 낸드 시장의 수요절벽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말 인텔도 전년 동기 대비 22% 급감한 2분기 실적(매출 153억달러)을 공개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가이던스 하향 조정이 잇따르면서 글로벌 반도체 주가는 힘없이 하락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실적 경고에 전날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57% 급락했다.

 본격화하는 반도체 ‘수요절벽’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실적 전망치를 낮추자 ‘반도체의 겨울’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의 비트단위(비트그로스) 수요 증가율을 8.3%로 전망했다. D램 수요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반도체 가격도 급락세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7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88달러로 전달 대비 14.03% 하락했다.

PC나 스마트폰용 반도체 업황만 둔화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반도체 수요 둔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상반기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조했던 것은 제품 수요가 아니라 재고 확보 수요 때문이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요 둔화와 재고 조정이라는 이중고가 반도체 업황을 더 무겁게 짓누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더 빠질 가능성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반도체 업종의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지만 다시 한번 실적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을 저울질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것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적자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 주가는 전저점(5만5700원)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동맹 ‘칩4’의 한국 참여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에는 악재가 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목표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이크론과 인텔이 그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중국의 대(對)한국 규제, 경쟁자인 마이크론 등의 성장을 감안한다면 국내 기업은 큰 수혜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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