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떠난 개그맨들 제2의 도전..스크린 활력소 된다[스경X초점]
2014년 MBC ‘코미디의 길’, 2017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 2020년 KBS ‘개그콘서트’. 2000년대부터 인기를 끌었던 지상파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이렇게 하나둘씩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많으면 한 해에 10명 정도, 적어도 5명 이상씩은 배출되던 방송사 공채 코미디언의 계보도 끊겼다.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는 시대. 일부는 tvN ‘코미디빅리그’로, 대다수는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떠났지만 스스로 체질을 개선해 제2의 전성기를 여는 이들도 있다. 코미디언이란 애초에 ‘희극 배우’다. 이는 곧 코미디언이 배우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특히 방송사 공채 출신 코미디언들의 배우 활약은 영화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화계에서 일어난 흐름은 OTT 등 새로운 플랫폼을 거쳐 지상파에 다시금 배우로 돌아오는, 그러한 순환도 만들어낸다.
개봉 15일 만에 누적관객 500만에 접근하고 있는 김한민 감독의 영화 ‘한산:용의 출현’(이하 한산)에는 배우 윤진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윤진영은 극 중 송희립 역으로 분한다. 송희립은 이순신(박해일)의 지근거리에서 그를 보좌하는 역할이다. 전술의 고민에 빠진 이순신을 믿고 보필하는 충직한 부하로 묘사된다.
윤진영은 원래 2003년 SBS 공채 7기로 데뷔한 코미디언 출신이다. 주로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조폭 유치원생, 비밀요원, 카사노바 등 연기력이 필요한 역할들을 연기했다. 2013년 tvN의 패러디극 ‘환상거탑’과 ‘푸른거탑’에 고정출연한 것을 계기로 배우로 전향했다.
그에게 주어진 것은 주로 수사관, 조직원 등의 단역이었다. 하지만 ‘한산’의 출연을 계기로 그의 연기력도 조명되기 시작하며 배우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열 기회를 얻었다.
최근 개봉한 장혁 주연의 영화 ‘더 킬러:죽어도 되는 아이’에서는 최기섭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최기섭은 극 중 지인의 딸이 납치된 후 이를 추적하는 주인공 의강(장혁)을 도발하는 브로커 ‘점박이’ 역을 연기했다. 지난해 ‘강릉’에서 장혁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그는 또 한 번 악역연기를 선보였다.
2003년 윤진영과 함께 SBS 공채 7기로 데뷔한 최기섭은 넌버벌 퍼포먼스팀 ‘옹알스’의 멤버로 더 유명하다.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도 초청될 정도로 국내 넌버벌 코미디의 유망주로 활동하던 최기섭은 코로나19로 공연계가 급속하게 위축되면서 정극연기에도 도전하게 됐다. 국내 공연의 여건이 나아지면서 이달 말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통해 옹알스로서의 부활을 알린다.
최근의 수상소식을 전한 정이랑도 있다. 정이랑은 최근 주연을 맡은 영화 ‘아네모네’가 지난 4일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와 평론가상인 시네가상을 수상했다. 극 중 그는 전직 격투기 선수로 복귄당첨의 꿈을 꾼 후 남편에게 복권 심부름을 시키고 이 복권이 실제 당첨된 사실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정이랑은 코미디언 지망생 시절 2005년 ‘웃찾사’에 출연한 후 2008년 MBC 공채 17기 코미디언이 됐다. 그가 각광을 받은 것은 공개 코미디보다는 2012년 시즌 2부터 크루로 합류한 tvN ‘SNL 코리아’의 영향이었다. 그는 당시 개명 전 이름 정명옥으로 갖가지 개성파 역할을 모두 해내며 인지도를 올렸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활동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개성있는 조연으로 2016년 ‘구르미 그린 달빛’, 2017년 ‘보그맘’, 2020년 ‘톱스타 유백이’ 등에 등장했다. 이번 영화제 수상은 정극배우로서 정이랑의 활약을 더욱 북돋을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등장한 뜻밖의 얼굴도 있다. 바로 김신영이다. 그는 영화에서 극 중 경북이포경찰서 형사팀 형사로 등장해 주인공 장해준 역 박해일의 파트너가 된다. 그는 송서래(탕웨이)에 대한 의심이 폭주하는 해준을 옆에서 조절하는 등 웃음기를 쫙 뺀 연기력을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이 개봉 후 김신영의 연기력에 극찬을 했음은 물론이다.
주로 영화나 드라마 등 정극에 나서는 코미디언 출신 배우들은 주로 MBC나 SBS 출신이 많다. 이는 그만큼 방송사 공개 코미디가 일찍 막을 내리면서 갖은 변신에 노력했던 이들의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인원을 보유한 KBS 공채 코미디언 출신들도 ‘개그콘서트’ 종방 2년이 넘은 시점에서 다양한 정극변신을 시도 중이다.
원래부터 다재다능했던 코미디언들. 가수와 배우, MC로서의 역량을 모두 가진 이들이 새로운 인생을 위해 스스로를 계발 중이다. 이들의 활약은 연극출신 배우들의 영화, 드라마 진출과 맞물려 스크린과 안방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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