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사드문제, 中측에 우리 안보주권 사안이라 분명히 밝혀"

2022. 8. 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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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사드가 전부 아냐..거론될수록 양국에 걸림돌"
"한중간 경제통상 구조 감안할 때 韓 칩4참여, 가교 역할도"
"보이지 않는 빗장 풀고 문화콘텐츠 교류 크게 열어달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10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열린 한국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브리핑하고 한국 취재진에게 방중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칭다오 공동취재단·최은지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해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은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우리의 안보주권 사안임을 (중국측에) 분명하게 말했다”고 10일 밝혔다.

박 장관은 9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 지모고성군란호텔에 마련된 회담장 ‘학궁’(學宮)에서 100분간 소인수 회담, 100분간 확대 회담을 한 후 100분간 만찬을 했다. 5시간동안 마라톤회담을 한 박 장관은 민감한 양국 현안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양측의 입장을 주고 받았다.

“한중 관계는 사드가 전부가 아니다. 전부가 돼서도 안 된다”

박 장관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은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우리의 안보주권 사안”이라며 “소위 ‘사드3불’도 합의나 약속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드 3불은 공개된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사드와 3불 관련 사안을 중국측이 계속 거론할수록, 양국 국민들의 상호 인식이 나빠지고, 양국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라고 말했다”며 “중국측도 사드3불이 합의라기보다는 ‘양해’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측은 사드3불이 거론될수록 양국 모두에게 손해라는 점을 설명하고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을 위해서 이 이야기는 더 이상 제기되지 않는 것이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한중 관계는 사드가 전부가 아니다. 또 전부가 돼서도 안 된다”며 ”서로 견해가 다른 것을 인정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10일 “서로의 안보 우려를 중시하고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한국의 칩4 참여, 한중 경제 구조 감안할 때 가교역할도”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Chip4 또는 Fab4·미국 한국 일본 대만)와 관련해서는 왕 부장이 먼저 “한국은 어떤 입장인가”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국익과 원칙에 입각한 결정을 할 것이며,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겨냥하는 방식으로 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미국의 제안은 주요 반도체 공급자 간의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을 하자는 것으로, 이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예비회의를 갖자는 것이고 우리는 이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측은 한국이 관심 있는 분야는 반도체 분야 중 인력양성, 기술개발협력, 공급망 다변화 분야라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한중 경제협력 관계와 한중 간 상호의존성을 감안할 때 fab4가 중국을 배제하는 협의체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미국측에 설명했고, 우리의 개방형 경제, 중국과 촘촘히 연결돼 있는 교역구조를 감안할 때 중국을 배타적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박 장관은 한국이 칩4에 가입하는 것이 중국의 입장에서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설득했다. 이 당국자는 “특정 국가를 배제할 의도가 전혀 없고, 한중간 밀접하게 연결된 경제통상 구조를 감안할 때 오히려 한국이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한국이 신중하게 판단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우리측은 중국과도 공급망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소통과 협력 강화를 위해 기존의 양자협의체를 확대해 대화를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국제법 위배되는 힘을 통한 현상 변경은 받아들일 수 없다”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해 박 장관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하면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며,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역내 중요한 해양수송로 중 하나인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갈등은 공급망 교란 등 경제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고위 당국자는 “우리 한국 정부의 입장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위배되는 방식의 힘을 통한 현상 변경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대화로 복귀해 진정한 비핵화의 길을 걷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국 간 외교안보 분야의 전략적 소통을 위한 외교·국방 2+2 차관급 대화를 연내에 개최하기로 했다.

고위 당국자는 “앞으로 북한 문제, 북핵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과 대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보이지 않는 빗장 풀고 문화콘텐츠 교류 크게 열어라”

박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초청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이 한국을 답방할 차례이지만, 시 주석이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을 중국에 초청해 ‘외교결례’ 지적이 나왔었다. 왕 부장은 “방한 초청을 중시하고 있다”며 조율해나가자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 대통령들이 중국에 5번 방문하고, 시 주석은 한국에 한 번 온 걸로 돼 있다. 이것은 외교에 있어 비대칭성”이라며 오는 11월 APEC 정상회의나 G20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될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항상 있기에 외교적으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측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투자 후속 협상을 가속화하고, 양국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문화콘텐츠 교류를 확대하고 항공편을 증편해 나가기로 했다.

고위 당국자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문제와 관련해 “우리측이 중국측에 보이지 않는 빗장을 풀고 문화 콘텐츠 교류의 문을 크게 열어주기 바란다고 말했고, 중국측은 ‘문화콘텐츠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따라 올해 안으로 자체적인 인태전략을 마련한다는 방침으로 현재 성안 중이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우리 정부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중시한다. 이것은 우리의 정체성과도 관련된 문제”라며 “우리의 가치외교는 어느 특정국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기 때문에 기본 가치를 존중하고 한중 관계를 그 자체로서 중시해 상호 존중을 통해 ‘화이부동’의 정신으로 발전시켜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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