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유흥업소 출입 기록 알려준다는 '유흥 탐정' 성행.. 신빙성은 떨어져
정보 신뢰도 떨어져.. 애꿎은 피해자도
"개인정보 불법 취득.. 위법 요소 있어"
남자친구 번호를 조회해보니 성매매 업소 출입 기록이 떠서 이별을 결심했는데, 자세히 보니 멀리 떨어진 곳들이어서 괜히 돈만 날렸다.
정모씨, 28세
최근 남성의 유흥업소 출입 내용을 확인해주는 ‘유흥 탐정’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유흥 탐정’은 여성들에게 애인이나 배우자의 핸드폰 번호로 성매매 업소 출입 기록을 확인해주겠다며 홍보하고 있다.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의뢰를 받는 식이다.
유흥 탐정은 4년 전인 2018년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여성들이 자신의 애인이나 배우자 휴대전화 번호를 유흥 탐정에 의뢰한 뒤 성매매 업소 출입 기록이 나오면 헤어지거나 파혼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사이트는 폐쇄됐다.
4년 만에 돌아온 ‘유흥 탐정’은 계좌거래를 하지 않고, 텔레그램과 같은 보안성이 높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서 법망을 피하고 있다. 현재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서 특정 전화번호에 대해 데이터베이스(DB) 이용 기록을 10분 이내에 알려주고, 30만원을 내면 기록을 삭제해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 수법을 모방한 업체들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흥 탐정이 제공하는 정보의 진위(眞僞) 여부는 불확실하다. 허위 정보로 파혼을 당했다는 등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유흥 탐정이 말하는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는 실제로 신빙성이 있는 걸까. 조선비즈는 지난 9일 평소 유흥업소를 자주 간다는 한 영업직 A씨의 동의를 받아 전화번호를 조회해봤다. A씨는 업무 특성상 거래처 사람들을 접대하는 과정에서 유흥업소를 예약해주는 일이 잦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유흥 탐정에 A씨의 전화번호를 의뢰한 결과, 유흥업소 출입 기록에는 아무것도 조회되지 않았다.
유흥 탐정 의뢰 결과를 들은 A씨는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유흥업소에 연락하는 일이 많은데, 아무런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니 의아하다”며 “가끔 출장도 있어 지역도 서울을 비롯해 경상도와 전라도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록이 많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유흥 탐정 정보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흥 탐정이 이용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유흥업소가 실제 수집한 고객 정보뿐만 아니라, 고객 유인과 홍보를 위해 수집한 전화번호까지 섞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는 경우도 많아 이전 사용자의 기록이 조회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한 남성들의 피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내년 결혼을 앞둔 B씨는 최근 약혼자에게 파혼 통보를 받았다. 파혼 이유는 유흥 탐정 조회 결과 B씨가 2018년 이후로 87번이나 유흥업소를 이용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B씨는 2017~2018년 사이 ‘커플 마사지’를 이용하기 위해 마시지 업소에 전화를 돌린 것 이외에는 유흥업소와 유사한 어느 곳도 가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갑작스러운 파혼으로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온 B씨는 지난 6월 서울 중랑경찰서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유흥 탐정을 고소했지만,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했다. 현재 B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사기로 혐의를 변경해 경찰 수사에 이의신청한 상태다.
지난주 2년 만난 남자친구와 이별 위기를 겪은 정모(28)씨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남자친구에게 유흥 탐정이 제공한 업소 출입 기록을 내밀며 해명을 요구했지만 알고 보니 업소의 주소가 모두 먼 지방 도시에 위치했던 것이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남자친구가 출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정씨는 “당연히 돈을 받고 거래하는 정보이니 정확하다고 생각했는데, 쓰레기 같은 정보였다”면서 “남자들의 행실을 믿지 못하는 여자들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서 돈을 착취하는 일종의 사기”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취득해 신뢰성이 떨어지는 정보를 제공하는 유흥 탐정을 두고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 활동한 유흥 탐정 업자들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받기도 했다. 한 유흥 탐정은 2018년 9월부터 1년 동안 9911회에 걸쳐 유흥업소 출입 기록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박상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했다는 부분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며 “상업 행위와 관계없이 개인정보를 동의받지 않고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확인할 의사도 없이 영업을 했다면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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