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 최대 경제국 케냐 대선..화두는 '경제·중국'

박효재 기자 입력 2022. 8. 10. 15:21 수정 2022. 8. 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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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대선 유력후보인 라일라 오딩가 전 총리(위쪽 사진)와 윌리엄 루토 부통령이 9일(현지시간) 나이로비의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나이로비|로이터연합뉴스

동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이자 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정착됐다고 평가받는 케냐에서 9일(현지시간) 대선·총선 투표가 끝났다. 공식 개표 결과는 일주일 후에나 공개되지만 유력 후보 간 접전이 예상된다. 오랜 경제난과 만연한 정치권 부패에 대한 실망감은 낮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데일리네이션 등 케냐 현지 매체들은 10일 오전 9시 현재 5% 넘게 개표된 상황에서 통합민주운동(UDM) 소속 후보인 윌리엄 루토 부통령(55)이 50.76%를 득표해 48.61%를 얻은 ‘아지미오 라 우모자(통일의 맹세)’ 소속 라일라 오딩가 전 총리(77)에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앞선 여론조사에서는 오딩가 후보가 6~8%포인트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투표에서 전체 과반 특표자가 나오고 그 후보가 전체 47개 카운티 중 절반 이상에서 최소 25% 이상을 얻으면 당선이 확정된다. 그렇지 못하면 결선투표가 다시 치러진다.

루토 후보는 우후루 케냐타 정부 2기 동안 부통령을 지냈지만 스스로를 정치 아웃사이더로 칭하며 서민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선거기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정계 입문 전 손꼽히는 대형 농기업가가 되기까지 과정을 부각했다. 케냐 독립운동의 영웅을 부친으로 둔 덕분에 정계 입문 때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던 오딩가 후보와의 차별화 시도로 해석된다. 루토 후보는 취임하면 농업 생산성을 높여 케냐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바바(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오딩가 후보는 지금까지 대선에만 5차례 도전해 후보들 중 가장 인지도가 높다. 그는 케냐에 다당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투옥됐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앞선 2017년 대선 맞수였던 케냐타 현 대통령의 지지도 받고 있다. 투사 기질과 강한 업무 추진력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이번 선거는 케냐타 현 대통령의 경제정책 성과에 대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케냐에서는 청년층의 3분의 1 이상이 실직 상태이고, 식량 가격 상승률은 2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서민 후보임을 강조하는 루토 후보는 빈곤층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0억케냐실링(약 2조202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딩가는 의료보험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취임 후 100일 이내로 케냐 전역 빈곤·취약 가정에 6000케냐실링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중국은 세계은행 다음으로 가장 많은 케냐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루토 후보는 중국과 정부 간 계약을 공개하고 불법체류 중국인을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완공됐지만 막대한 차입금 상환부담, 국내 물류업 생태계 파괴 등으로 비난받는 나이로비-몸바사 철도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중국과 계약 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거나 사업 내용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냐타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이후 정부 부채는 726억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투표율은 약 60%로 5년 전 대선 당시 투표율(80%)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오랜 경제난과 정치인들의 만연한 부패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두 후보 모두 가짜 금 선불 수수료 사기, 토지 강탈 의혹 등 크고 작은 스캔들에 연루된 바 있다. 수도 나이로비 외곽 슬럼가 키베라의 한 유권자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어느 쪽도 희망은 없다. 우리는 두 후보 중 그나마 더 나은 도둑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 수용 여부를 두고 혼란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케냐에서는 개표부정 시비로 여러 차례 유혈사태가 났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 이후 서로 다른 종족 간 유혈충돌로 1200명 이상이 숨지고 60만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 5년 전 대선 당시에는 여당을 지지하는 해커들이 선관위 전산장비에 침투해 득표수를 조작했다고 오딩가 후보가 주장했고, 이를 법원이 인정해 선거가 다시 치러지는 진통을 겪었다. 오딩가 후보와 루토 후보 모두 투표가 자유롭고 공정하다면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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