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기차·'비상선언' 비행기 만든 이목원 미술감독 "새로운 작업에 희열 느낀다"[인터뷰]

오경민 기자 2022. 8. 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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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누구도 만들어본 경험 없는
실제 크기의 초대형 비행기 세트
짐벌에 얹어 통째로 돌리며 촬영
영화 <비상선언>은 비행기 안에서의 테러 사건을 다룬다. 쇼박스 제공.

‘신파냐 아니냐’ ‘재미있냐 없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해도 이 영화의 비행기 액션 장면이 압도적인 몰입감을 보여준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영화 <비상선언>은 360도 회전할 수 있는 초대형 비행기 세트를 만들어 관객이 실제 비행기에 있는 것처럼 느낄 만한 장면을 연출해냈다. 이목원 미술감독은 영화 <부산행>의 기차, 드라마 <스위트홈>의 오래된 아파트에 이어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를 지난 2일 화상으로 만났다.

<비상선언>에서 가장 공을 들인 세트는 역시 비행기 내부다. 이 감독은 “관객들이 비행기에서 재난상황을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보자는 게 가장 중요한 콘셉트였다. 매 회 ‘무엇이 가장 리얼한가’를 중점에 뒀다”고 설명했다. 실제 크기의 비행기를 직접 돌리는 세트는 한국에서 만든 적이 없었다. 해외 스튜디오에서도 통로가 하나 있는 규모의 비행기는 회전시켜 본 적이 있지만, 통로 두 개짜리 대형 비행기를 돌려본 경험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어차피 아무도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국내 업체랑 해보기로 했다.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제작에 돌입했다. 이 감독은 “비행기 승객이 안전벨트를 하긴 하지만, 저희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벨트를 두 개씩 만들었다”며 “영화 촬영에서는 시간이 부족할 때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안전한 동시에 빠르게 세트를 만들 수 있도록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목원 감독은 이코노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총 두 개의 객실을 만들어서 촬영 장면에 따라 조립해 짐벌에 올렸다. 쇼박스 제공.
이목원 감독은 “360도 돌아가는 세트를 만들지 않는다면 배우들의 연기와 컴퓨터 그래픽(CG)에 의존해야 했다. 진짜 같은 느낌이 안 난다고 생각을 해서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 비행기 추락 장면은 모두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핸드 헬드’ 방식을 활용해 현실감을 더했다. 쇼박스 제공.

미국의 비행기 보관 창고에서 실제 비행기 부품들을 공수해 왔다. 이 감독은 “비행기 여러 대를 조합해서 한 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었다. 외부 도색 등 색깔을 저희가 디자인하고, 승무원이 머무는 공간인 ‘델리’의 공간 크기를 조금 늘린 것을 제외하면 실제 항공기와 똑같은 크기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세트를, 물체를 회전시킬 수 있는 구조물인 짐벌에 올렸다. 영화 속 승객들은 비즈니스 클래스와 이코노미 클래스 등 두 공간을 오가는데, 두 공간 모두를 연출하는 만큼 좌석 등을 레고 블록처럼 탈부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장면에 따라 변환할 수 있게 만들어 짐벌 세트에 집어넣고 촬영했다.

지상 장면들도 관객의 체험에 중점을 뒀다. 형사 인호(송강호)가 자동차를 타고 용의자와 관련이 있는 인물을 추격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감독은 “보통의 추격 장면을 찍을 때는 도망가는 사람의 얼굴, 쫓아가는 사람의 얼굴, 외부에서 두 사람들을 보는 컷들을 넣지만 우리는 쫓아가는 사람의 뒷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의 시선에서 한 컷처럼 따라가도록 표현했다”며 “비행기 장면과 같은 맥락이었다. 인호의 절박함을 보여주고, 관객이 체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여느 중년의 남성처럼 평범한 옷을 입고 출근한 형사 팀장 인호(송강호)는 갑자기 재난에 휩쓸린다. 쇼박스 제공.

의상과 소품에 신경 쓰는 것도 미술팀의 일이다.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소품을 드는지 ‘한 끗’ 차이가 인물의 설득력을 만들어낸다. 인호는 영화 내내 똑같은 옷을 입은 채로 등장한다. 형사라면 으레 입어야 할 것 같은 가죽점퍼 차림도 아니다. 이 감독의 아버지는 경찰이었다. 드라마, 영화에 등장하는 경찰들은 흔히 스포티한 옷, 점퍼를 입지만 이 감독은 아버지의 의상을 달리 기억했다. 이 감독은 “경찰 근무를 오래 하면 내근이 많아지고, 내근하는 날은 평범하게 입고 출근한다. 아버지도 그러셨다”며 “인호는 평범한 옷을 입고 출근했다가 갑자기 재난상황에 휘말린다. 그 의상 하나로 영화 끝까지 간다. 그런 장면에 감정이 많이 이입됐다”고 했다.

개구리 소년 사건을 소재로 한 이규만 감독의 <아이들>로 입봉한 그는 11년의 시간 동안 부지영, 김용화, 연상호, 한재림,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여러 감독들과 함께 작업해 왔다. 그가 참여한 영화 <부산행>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등은 특히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이 감독은 “최근 K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만큼 작업하는 작품의 장르가 다양해지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안 해본 걸 했을 때 희열을 느끼는 편인데, 그런 기회가 많아진 것 같다”며 “그래도 장르보다는 이야기가 중요하다. 좋은 이야기가 나타나면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현재 연상호 감독의 신작인 <더 그레이>를 함께 작업하고 있다.

이목원 감독. 본인 제공.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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