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현기영 "오페라로 탄생한 4·3..가슴이 탁 트입니다"

임지우 2022. 8. 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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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오페라 '순이삼촌' 9월 3∼4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구성원이 모르고 지나가면 같은 일 되풀이..전 세계에 4·3 알릴 것"
오페라 '순이삼촌' 원작자 현기영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소설가 현기영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오페라 '순이삼촌' 제작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8.10 wisefo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제주 4·3사건을 다룬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을 원작으로 한 창작오페라가 9월 3∼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2020년 제주도에서 초연한 오페라 '순이삼촌'은 지난해 제주도와 경기아트센터에서 재연한 데 이어 올해에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관객과 만난다.

소설가 현기영은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오페라 '순이삼촌' 제작발표회에서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까지 4·3이 진입하게 됐다"며 "4·3을 겪은 이들의 절규와 외침, 절실함을 전 국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오페라 '순이삼촌' 시연회에서 노래하는 소프라노 강혜명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9월 3∼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순이삼촌'에서 순이삼촌 역을 맡은 소프라노 강혜명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2022.08.10. wisefool@yna.co.kr

제주4·3사건은 1947∼1954년 제주도에서 발생한 소요사태와 무력 충돌 과정에서 일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2020년까지 공식 집계한 사망자만 1만 4천 532명에 달한다.

제주 출신의 소설가 현기영은 제주 4·3사건이 발생한 지 약 30년이 지난 1978년 본인이 어린 시절 보고 겪은 일을 단편소설 '순이삼촌'으로 펴냈다.

당시까지도 4·3사건은 언급이 금기시됐고 '순이삼촌'은 금서로 지정됐다. 현기영은 이 책으로 인해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제주 4·3 창작오페라 '순이 삼촌' 경기아트센터 공연 사진 [경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금서로 지정됐던 '순이삼촌'이 230여 명의 배우와 성악가가 출연하는 오페라로 만들어진 것에 현기영은 "웅장하고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 소설을 쓴 건 순전히 개인적인 작업이었고, 이 책을 읽으면 감옥에 잡혀가던 시절이었죠. 따라서 소설로서 '순이삼촌'은 다소 내성적이고 갇혀있던 면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오페라로 됐을 땐 그 외침이 방방곡곡에 울리고, 여러 사람이 협업한 집단적인 몸짓이 되니 웅장하고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페라 장르의 설득력을 실감했죠."

오페라 '순이삼촌' 시연회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오페라 '순이삼촌' 출연진들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합창하고 있다. 2022.08.10. wisefool@yna.co.kr

오페라 '순이삼촌'은 제주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강혜명이 처음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예술총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작곡가 최정훈이 작곡을 맡았으며 메조소프라노 최승현, 테너 김신규, 바리톤 장성일, 김성국을 비롯해 성악가와 배우 230여 명이 출연한다.

강혜명은 "제주도의 예술가로서 사명감을 느껴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현기영 선생님을 무작정 찾아가서 오페라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고, 4·3평화재단에서 참여해줘서 공연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페라 '순이삼촌' 시연회에서 노래하는 소프라노 강혜명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9월 3∼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순이삼촌'에서 순이삼촌 역을 맡은 소프라노 강혜명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2022.08.10. wisefool@yna.co.kr

현기영은 강혜명이 국제적 명성을 가진 가수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했다.

"더 좋은 무대도 많을 텐데 '순이삼촌'을 무대화하겠다는 생각이 갸륵했죠. 4·3처럼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고 슬픈 일은 사람들이 잘 보려 하지 않아요. 이런 소재로 작품을 만들겠다고 덤벼든 건 예술가가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오페라 '순이삼촌' 제작발표회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소설가 현기영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오페라 '순이삼촌' 제작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8.10 wisefool@yna.co.kr

이번 공연에는 제주합창단과 제주교향악단으로 이뤄진 제주도립제주예술단이 함께한다.

제주교향악단을 이끄는 지휘자 김홍식은 "제주교향악단 단원 중에는 실제로 4·3의 아픔을 겪은 가족을 가진 단원들이 있다"며 "모두 제주의 아픔을 연주로 표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기영은 "4·3사건만큼 극단적인 '떼죽음'은 없었다"며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금기시됐던 4·3사건에 대한 절규가 여전히 충분히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이 한 공동체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그 구성원들이 모르고 지나간다면 이런 일은 되풀이될 것"이라고 관심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4·3을 전국에 알리는 걸 넘어서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나아갈 것"이라며 "이 오페라 작품을 미국에서 공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오페라 '순이삼촌'은 내년 제주 4·3 75주년을 맞이해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을 준비 중이며 2024년에는 일본에서도 공연을 열 계획이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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