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전산 사고' 한국투자증권.."보상받으려면 주식 매도해 손실 확정해야"

정해용 기자 2022. 8. 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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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못한 투자자는 손실 입증해야 보상 가능
주문 로그 등으로 보상 여부 판단할 듯
금감원 제재 가능성도 있어

지난 8~9일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15시간 동안 멈춘 전산 사고와 관련 금융당국이 사태 파악에 나섰다. 당국은 한국투자증권의 책임이 있으면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자 보상 절차에 들어갔다. 민원 창구를 통해 피해 접수를 받는 중이다. 다만 보상은 전산 장애로 주식을 매도하지 못한 투자자만 받을 수 있고, 매수하지 못한 투자자는 제외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주식을 제때 팔지 못해 보상받으려는 사람이 가장 확실하게 보상받는 방법은 거래가 가능했던 9일 매도한 후 전산 장애 당시의 주가와 차익을 계산하는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 정해용 기자

10일 금융감독원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9일 한국투자증권은 금감원에 8일 오후부터 9일 오전까지 발생했던 15시간 동안의 전산 장애의 원인에 대해 보고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본사 지하 3층 시스템 전원 공급 장치에 합선이 일어나 전원 공급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황이다. 다만 합선의 원인이 이날 내린 비의 영향으로 인한 누수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김남규 한국투자증권 홍보실장은 “지하 3층에 있는 시스템 전원 공급 장치에 합선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황”이라며 “합선의 이유가 누수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확인이 안 됐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일단 시스템 안정성은 확보했고, 다만 원인 규명을 확실히 해 추가 보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한국투자증권의 과실이 인정되면 징계한다는 입장이다. 장성옥 금감원 IT검사국장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증권사가) 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며 “다만 불가항력의 경우, 예를 들면 자연재해 때문에 발생했다면 제재를 면할 수 있다”고 했다.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해당 사고로 투자자가 50억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는 게 입증되면 해당 임직원에 대해 직무정지(정직)이상, 증권사에 대해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부과된다.

한국투자증권이 폭우로 인한 누수를 자연재해로 주장하며 면책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폭우 당시 다른 증권사들의 전산시스템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당국이 이번 사고를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였다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한편 정일문 사장이 대고객 사과까지 하면서 책임을 약속한 한국투자증권은 자체 보상 시스템을 가동했다. 고객센터를 통한 민원 접수를 받아 보상할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전산사고로 매도하지 못했을 때만 보상하고 매수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

한국투자증권의 보상 규정에 따르면 전화 기록 또는 전산시스템상의 주문 로그가 남아있는 주문건만 보상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1주당 1만원의 매도하려는 주문 로그는 남아있지만 전산 사고로 실제 주문은 이뤄지지 않았고 전산시스템이 회복된 이후 1주당 9000원에 주식을 매도했다면 손실금 1000원에 대해 보상하는 식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매도를 실제 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확실해야 보상이 이뤄지는데 가장 확실하게 매도 의사를 보여주는 방법은 거래가 정상화된 주식을 파는 것”이라며 “매도한 가격이 전산 사고 당시 매도 주문가격보다 낮으면 그 손실이 보상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전산시스템의 전원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기 때문에 주문 로그가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가 매도하려 했는지를 파악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사고가 발생한 오후 4시는 장후 시간외거래 중 ‘시간외 단일가매매’가 이뤄지는 오후 4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시간대와 해외주식 거래 시간대가 포함됐다.

한국투자증권은 9일 오전 장 시작 전 동시호가(8시30분~9시)까지 매도해 손실이 확정된 고객 또는 이때 접속이 어려웠던 고객의 경우 9일 중(해외주식의 경우 10일 새벽까지) 접속해 매도했다면 보상 대상으로 접수를 받고 있다. 이 시기에 매도하지 않았다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전산 장애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벼워 전산 장애가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2020년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10개 주요 증권사에서 총 52건의 시스템 장애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민원은 1만2708건이 접수됐다. 매년 평균 17건의 사고와 4236건의 민원이 접수되는 셈이다. 현재도 이런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증권사들 전산시스템이 멈추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고 일 년에도 몇 번씩 발생한다”라며 “최근 몇 년 동안 증권사 이익이 급증했는데 IT에 예산을 많이 투입해 시스템이 다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사고가 나면 경영진을 문책하고 강한 제재를 해야 정신을 차리는데 구두로 주의를 주는 등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니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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