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 몸값 떨어지고, 거래도 '뚝'.. IPO 위축·접근성 낮아진 영향

이인아 기자 2022. 8. 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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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 상장 강행했지만, 기관 의무 보유 확약 '저조'
IPO 시장 위축..비상장주식 거래 규모도 절반
"당분간 비상장 주식시장 호황은 기대하기 어려워"

올해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비상장 주식 거래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공모주 투자자들은 장외시장에서 주식을 미리 사 상장 후 파는 투자전략을 활용하곤 했다. 거래량이 줄자 올해 비상장 주식들의 주가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상장주식 플랫폼에서 거래가 막히면서 개인투자자 접근성이 낮아진 점도 시장 위축 원인으로 꼽힌다.

일러스트=이은현

지난 9일 공유차량서비스 쏘카가 공모가를 2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가 확정 당일, 장외주식 커뮤니티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쏘카 주가는 전일 대비 14.85% 급감한 4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기대하며 장외시장에서 구주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공모가 기준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장외주가 역시 공모가보다 높아 상장 전까지 장외주가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몸값을 낮춰 상장을 강행하기로 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분위기는 냉담하다. 수요예측에 이어 의무보유 확약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쏘카 공모주를 받기로 한 기관투자자 가운데 1개월 이상 의무보유확약(보호예수)을 내건 기관은 국내외를 통틀어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15일 단기 보호예수를 건 국내 기관이 19곳이었다. 나머지 329개 기관은 모두 보호예수를 걸지 않았다. 이는 상장 당일 형성된 시초가에 따라 모두 쏟아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장기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IPO 시장에 냉기가 돌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쏘카는 상장을 결정했지만,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현대엔지니어링, CJ올리브영, 원스토어, 태림페이터 등 ‘대어급’ 공모주들은 모두 상장을 철회로 방향을 돌린 상태다.

10일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IPO 시장 규모로 보면 절대적인 금액 자체는 지난해보다 나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지난해 IPO 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기업가치를 높게 부르는 게 가능했는데, 올해 분위기가 꺾이면서 기업가치를 낮춰 상장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IPO 시장이 부진하다 보니 비상장 주식시장 규모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공모주 열풍이 불면서 비상장 주식시장 규모도 함께 성장한 바 있다. 개인투자자는 일반 청약으로 받을 수 있는 공모주 수가 한정적이어서 비상장 주식을 미리 매수해 상장 후 되파는 투자전략이 인기를 끌었던 탓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 K-OTC에 따르면 시장 전체 거래량은 지난 3월 1052억원 수준에서 7월 524억원을 기록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업들의 평균 주가도 반토막 났다. 3월 2일 기준 전체 등록된 기업의 가중주가평균은 8840원이었는데, 이달 9일 기준 4546원으로 48%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시장 전체 시가총액도 34조7230억원에서 19조5178억원으로 급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플랫폼 거래가 막힌 점도 비상장 주식시장 위축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을 운영 중인 업체 2곳에 오는 2024년 3월까지 조건부로 규제 특례를 부여했다. 거래되는 주식에 대해서는 해당 주식 발행 기업이 최소한의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주식은 전문투자자 간에만 거래하도록 했다. 사실상 전문투자자 영역으로 돌아간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IPO 시장 위축에 따라 비상장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남기윤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비상장기업 투자는 금리 상승, 물가 상승, 주식시장 하락 등으로 크게 위축됐으며, 당분간은 지난 몇 년과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신규로 등재된 유니콘 기업은 85개사로 지난해 2분기 이후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며, IPO를 통한 자금회수도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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