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중고 겪는 위기의 당구장, 이대로 괜찮은가?
요금은 20년전 그대로..매출구조 단조로워
고급화·대형화로 창업비용↑ 창업경쟁력↓
세계 최고 당구장 인프라 '허울뿐'
머리 맞대고 타개책 마련 나설 때
전국적으로 2만~2만5000개에 달하는 당구장 숫자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당구장을 보유한 나라로 꼽힌다. 때문에 이 수치는 국내 당구산업의 양적 경쟁력(인프라)을 어필하는 좋은 데이터다.
2019년 프로당구(PBA)가 출범할 때에도, 발표자료에 국내 당구장 인프라가 언급됐다. 당구계 밖에서 당구를 스포츠 한 종목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그 바탕에는, 전국 어디서나 손쉽게 만날 수 있는 당구장 인프라도 한몫했으리라.
다른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당구장도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당구장 영업제한은 가뜩이나 어려운 당구장 영업에 결정타가 됐다. 당구장은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어려웠다. 국제식대대 전용구장이 생기면서 투자비가 웬만하면 3억원을 훌쩍 넘어갔다. 그렇다고 손님이 증가한 것도 아니다. 결국 당구장끼리 경쟁만 치열해질 뿐이다. 혹여 프로당구 출범이 당구장과 당구용품산업 등 국내당구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 생각으로는 현재로서는 기대난망일뿐 아니라 극히 회의적이다.
당구장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필자로서는 과연 현시점에서 당구장 단독 모델이 창업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당구장 매출구조는 뻔하다. 당구장 요금이 거의 100%다. 테이블이 많이 돌아가야 매출이 올라간다. 그러나 불경기와 ‘코로나19’에 따른 조기 귀가문화 확산으로 밤9시 지나면 당구장이 한산해진다. 과거 밤 9~12시가 피크였던 시절에 비하면 영업시간이 절대적으로 감소했다.
이제 당구장업계도 현 매출구조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해야하는 시점이 오지 않았나싶다. 필자가 창업을 시작하던 4년 전만 해도 당구장은 다른 창업아이템에 비해 확실히 경쟁력이 있었다. 고정지출이 많지않고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창업시장 트렌드는 무인, 소규모다. 이에 비해 당구장은 고급화, 대형화, 서비스 강화로 가고 있다.
특히 당구장 창업 및 운영비용은 대폭 상승한 반면, 당구장 요금은 그대로다. 인(人)당 요금이 아닌 테이블당 요금,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10분당 당구요금 등. 이는 더더욱 창업아이템으로서 당구장의 매력도를 떨어뜨린다.
필자가 운영하는 당구장업주 커뮤니티에는 안타까운 글이 많이 올라온다. 폐업으로 인한 당구용품 중고거래, 양도양수와 관련된 게시 글이다. 일부 업주는 이미 오래전 폐업을 준비했으나 손실보상지원금을 받기 위해 근근이 개업상태를 유지하다가 지원금을 받자마자 폐업수순을 밟고 있다고 했다. 당구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착잡하기 그지없다.
얼마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상공인 폐업률’에서 당구장운영업이 17.7%로, 생맥주전문점(21.1%), 컴퓨터게임방운영업(19.7%)에 이어 세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만 이러겠는가. 전국 대부분의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적으로는 당구의 TV노출 급증 등으로 당구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점에 국내 당구산업의 최대 강점이자 근간인 동네 당구장들은 매출증대는커녕 존립 자체마저 위협받고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여건이 쉽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만~2만5000개의 당구장 숫자는 분명 국내 당구산업의 훌륭한 인프라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훌륭한 인프라’라기 보다는 ‘빛좋은 개살구’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당구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태호 작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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