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년째 발 묶인 한국형 LNG 화물창 기술, 골든타임 지나간다

박정엽 기자 입력 2022. 8. 10. 11:39 수정 2022. 8. 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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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원천기술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이하 'GTT')는 올해 상반기에만 LNG선 로열티로 1억1270만 유로(1500억 원)를 벌어들였다.

GTT가 내놓는 화물창 관련 새로운 기술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LNG 운반선 건조를 주도하는 한국 조선 3사가 해법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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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원천기술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이하 ‘GTT’)는 올해 상반기에만 LNG선 로열티로 1억1270만 유로(1500억 원)를 벌어들였다. GTT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52.7%다. 위험하고 고된 조선 공정을 직접 담당하지 않으면서 원천기술만으로 이룬 성과다. LNG 화물창은 영하 163도의 극저온을 견뎌야 하는데, GTT가 이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도 독자 화물창 기술 KC-1을 갖고 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의 시간과 200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 결과물이다. 그러나 KC-1 기술을 적용해 2018년 완성한 17만4000㎥급 LNG 운반선 두 척은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정상 운항을 못하고 있다. 초기 발견된 일부 결함 처리 방향을 놓고 선주와 용선사, 기술회사, 조선소 간의 복잡한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정상 운항을 못하게 된 과정에서 관련 회사들이 입게 된 직접적 손실이 각각 수백억원대에 달해 여러 건의 소송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진짜 큰 손실은 한국 조선업계가 허비한 4년이라는 시간이다. LNG운반선 호황기가 도달하기 전 독자적 화물창 기술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 기간 GTT의 독점은 더욱 강화됐다. GTT가 내놓는 화물창 관련 새로운 기술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LNG 운반선 건조를 주도하는 한국 조선 3사가 해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신뢰는 한국 조선사가 아닌 GTT에 쌓였다. 국내 조선사들이 고생해서 마련한 해법들을 한국을 추격중인 중국 조선사들에게도 합법적으로 공유된다. GTT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2018년 이후 GTT에 로열티로 나간 금액은 약 1조5000억원. LNG 초호황기에 접어드는 내년부터 수년간 GTT의 로열티 수입은 매년 4억 유로(약 53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1척당 선가의 5%, 약 100억원으로 추산하는 이 기술의 부가가치 중 일부라도 한국에 머물렀다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파업의 원인이 됐던 조선업계의 기형적 인건비 구조는 조금이라도 완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KC-1 실선화 초기에 발견된 취약점을 서로 믿고 보완해가지 못한 한국 이해관계자들의 팀워크에 대한 아쉬움이 나온다. 1950년대부터 화물창 기술을 개발해온 GTT도 수십년간 기술적 약점을 보완하며 신뢰를 쌓는 과정을 거쳤는데, KC-1 기술이 자리잡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리스크를 이해 관계자들이 분담하는 구조가 미흡했다는 반성도 나온다.

한국가스공사의 리더십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가스공사는 화주 겸 용선주이기도 하지만 화물창 기술개발을 이끈 케이씨엘엔지테크의 지분 50.2%를 소유한 모회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스공사가 화주로서의 입장만 강조하면서 4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다. GTT처럼 핵심기술을 책임진 기업의 입장으로 접근했다면, LNG선의 수퍼사이클을 앞둔 1분 1초가 아까웠을 텐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주요 지분을 갖고 있는 공기업이라는 측면에서도 국가 경제와 산업 전반에 대한 책임있는 입장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KC-1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시간을 아껴 한국의 독자적 초저온 액체 화물창 기술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LNG를 사용하는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등 대형상선의 연료탱크에서도 GTT의 로열티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수소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서도 초저온 상태의 액체 화물을 안정적으로 저장·운반하는 기술이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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