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예술에 공연 이상의 가치 담아" 디지털아트 품은 클래식 축제가 온다

2022. 8. 10. 11: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종솔로이스츠 '힉엣눙크! 페스티벌'
음악·악기의 디지털아트 NFT 선봬
강경원 ‘힉엣눙크!페스티벌’ 음악감독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코벳’ 콜렉션(The Stradivarius violin “Cobbett” collection)’ NFT 중 AI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한 프로디지 버전.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기술과 예술이 만났다. 바이올리니스트에겐 ‘평생의 숙제’로 불리는 바흐의 ‘샤콘느’(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를 AI(인공지능)가 연주한다. 무수히 많은 연주자들의 곡을 학습해 완벽하게 익혔다. AI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는 NFT(대체불가토큰)로 발행, 음악계를 넘어선 관심의 주인공이 됐다.

‘음악의 역사’엔 일찌감치 수학과 과학이 존재했다. 하이든은 난수(random number)를, 바흐는 황금비를 활용해 ‘클래식의 시대’를 열었다. AI 바이올리니스트가 바흐를 연주하는 것도 ‘예견된 미래’였는지 모른다. 그 ‘미래’가 마침내 왔다. 클래식 음악 축제 ‘힉엣눙크! 페스티벌(Hic et Nunc! Festival)’의 시도다. 국내에서 AI 클래식 연주자의 공식 데뷔와 NFT 음원 발매는 이번이 처음이다.

‘힉엣눙크! 페스티벌’(8월 16일~9월 6일까지)의 이러한 시도는 이 축제의 정체성에서 기인한다.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힉엣눙크!페스티벌’은 기존의 클래식 음악축제와는 조금 다르다. “혁신적이고 독창적이며, 동시대성을 담아간다”(강경원 감독). 이른바 3B로 불리는 브람스 바흐 베토벤을 주인공으로 삼아 가장 보수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기존의 클래식 음악제와 달리 뚜벅뚜벅 현재를 걷는다. 전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시도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축제다. 지난해엔 클래식 음악 축제 최초로 ‘메타버스 페스티벌’을 열었다. 페스티벌의 이름 역시 라틴어로 ‘지금, 여기’라는 의미다.

강경원 ‘힉엣눙크!페스티벌’ 음악감독은 “클래식 음악은 현대 사회와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부러 관련성을 만들지 않으면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동시대 신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접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이어질 시도는 이전보다 더 한 발 앞서 갔다. ‘힉엣눙크!페스티벌’은 축제에 앞서 지난 6월 열린 뉴욕 ‘NYC NFT 페어’에 참여하며 이번 NFT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오픈씨를 통해 판매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코벳’ 콜렉션(The Stradivarius violin ‘Cobbett’ collection)’ NFT가 그것이다. 클래식 음악과 명악기의 3D 이미지를 결합한 디지털 아트로 만든 세계 최초의 시도다. 디지털 아트엔 장승효, 원상은 작가가 참여했다.

강 감독은 “NFT는 총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했는데, 이 중 2개(마에스트로, 비르투오소)는 발행한 수량이 모두 팔렸고 AI가 연주한 프로디지 버전은 절반 이상이 팔렸다”고 말했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카프리스’를 세종솔로이스츠 단원인 스티븐 김이 녹음한 ‘마에스트로’ 버전은 경매로 판매, 한화로 468만원(2이더리움)에 주인을 찾아갔다. 마에스트로 버전은 딱 한 개만 발행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

강 감독은 “기존에 세종솔로이스츠를 후원해준 분들 뿐 아니라 우리의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관객층이 이번 NFT를 구매했다는 점이 큰 의의가 있다”며 “시대적으로 화두가 되는 신기술을 음악이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지 시도하며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우리의 방향성이다. 우리가 잘 하는 것에 현재를 담아내며 대중에게 다가서는 것이 이 축제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페스티벌 행사 중 ‘힉엣눙크! NFT 살롱’(8월 22일)에선 이번 축제를 위해 제작된 NFT인 ‘힉엣눙크 에디션’도 만나볼 수 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힉엣눙크!페스티벌’은 기술의 결합과 함께 동시대 음악을 담는 축제로 관객과 만난다. 올해에는 릴리 블랑제, 진은숙 등과 함께 20세기 이후 활약 중인 세계적인 여성 작곡가인 레라 아우어바흐를 주인공 삼아 21세기의 시대정신을 담은 음악을 선보인다. 비올리스트 이화윤, 피아니스트 임주희,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퀸트를 비롯한 36명의 음악가가 출연한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