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이중섭 명작들 한자리에..'닭과 병아리' 등 두점 첫 공개

노형석 2022. 8. 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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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을 때는 가난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환쟁이' 취급을 받았다.

삼성그룹 총수 이건희(1942~2020)는 이중섭에 관한 한 시기별 주요 작품은 물론, 편지 등 작가의 삶에 얽힌 아카이브 자료들까지 샅샅이 수집했다.

한국 미술판에서 지난 30여년간 철벽에 쌓였던 이건희의 이중섭 컬렉션이 이제 국민 모두의 컬렉션으로 바뀌어 새 모습으로 선보이게 된다.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에서 12일부터 시작하는 이 미술관의 두번째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이 그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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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특별전 '이중섭' 12일 개막
이중섭이 1950년대 전반기 그린 것으로 추정하는 유채 그림 <닭과 병아리>. 어미 닭과 병아리 두마리를 익살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인 선묘로 그렸다. 작가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표상된 이미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살아있을 때는 가난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환쟁이’ 취급을 받았다. 그러다 죽고 나서 한국 최고 재벌의 관심을 받게 된다. 40살 나이에 가족들을 일본에 떠나보낸 채 무연고자로 숨진 대향 이중섭(1916~1956)의 운명이다.

오늘날 국민화가 반열에 오른 그의 작품들에 대한 삼성가의 애착은 각별했다. 삼성그룹 총수 이건희(1942~2020)는 이중섭에 관한 한 시기별 주요 작품은 물론, 편지 등 작가의 삶에 얽힌 아카이브 자료들까지 샅샅이 수집했다. 국립미술관을 포함한 국내외 어느 전시 기관도 삼성가로부터 작품과 자료를 대여받지 않고는 이중섭의 회고 전시를 할 수 없었다.

한국 미술판에서 지난 30여년간 철벽에 싸였던 이건희의 이중섭 컬렉션이 이제 국민 모두의 컬렉션으로 바뀌어 새 모습으로 선보이게 된다.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2일부터 시작하는 이 미술관의 두번째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이 그 자리다. 지난 2021년 4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쪽이 국립미술관에 기증한 1488점 가운데 이중섭의 작품 80여점을 추리고 미술관의 기존 이중섭 소장품 10점을 더해 함께 관객을 맞게 된다.

이중섭이 1953~54년 그린 <나무와 까치가 있는 풍경>. 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활발하게 창작했던 통영 시절 그린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중섭’전에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1940년대와 1950년대로 구분해 시기별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1940년대 작품들로는 일본 도쿄 문화학원에 유학해 훗날 부인이 된 야마모토 마사코(한국 이름 이남덕)를 만나 연애하던 시기부터 원산에 머무를 당시 작업한 연필화, 엽서화 등을 내보인다. 1950년대는 이중섭 대표작들이 망라된다. 전쟁과 전후 시기 제주도, 통영, 서울, 대구 등에서 아이들과 가족, 새, 소 등을 그린 전성기의 작품 및 은지화, 편지화, 출판물에 실은 그림 등이다. 미술관 쪽은 보도자료에서 “재료와 연대를 조합해 예술가 이중섭과 인간 이중섭을 고루 반영하고, 그의 면면을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들머리의 엽서화 기증품 전시공간. 1940년대 초반 이중섭이 부인 마사코에게 보낸 연서 성격의 엽서화 36점을 처음 대중 앞에 한꺼번에 선보였다. 한쪽 벽면에 대형투사스크린을 설치해 작은 엽서화의 세부도상들을 처음 확대된 상으로 볼 수 있게 배려했다. 노형석 기자

전시실에 들어가면 도드라지게 시선을 잡아끄는 부분이 전례 없이 큰 규모로 펼쳐진 엽서화와 은지화 영역이다. 특히 1940년대 초반 부인 야마모토에게 보낸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 같은 엽서화 36점과 1950년대 은지화 27점이 한꺼번에 나와 초창기와 전성기 화풍의 이면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만나는 들머리 공간에는 1940~43년 부인에게 보낸 연서 격인 엽서화 36점이 다채로운 형식으로 나왔다. 15개의 독립형 미니 진열장과 전시장 벽면에 엽서화들이 놓이거나 내걸렸고, 이 작품들의 확대 이미지들을 한쪽 벽면의 대형 스크린이 투사해 보여준다. 1940년작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 같은 엽서화 속 인물과 동물들의 기기묘묘한 이미지들이 출몰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차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중섭’의 압권으로 꼽히는 1전시실 안쪽 중앙부분의 은지화 진열공간. 이건희컬렉션의 은지화 실물들을 전시한 8개의 스탠드형 진열장 앞에 가로 15m에 달하는 거대한 투사스크린이 설치돼 작은 은지화의 세부도상들을 눈을 압도하는 크기로 확대해 보여준다. 노형석 기자

이 공간에 이어 50년대 아이·동물 그림, 출판미술 영역을 거쳐 전시실 안쪽 가장 큰 공간에 이르면 특별전의 압권이라 할 50년대 은지화 영역이 나타난다. 기증된 은지화 27점은 널찍한 간격을 둔 8개의 스탠드형 진열장과 전시장 벽면에 각각 나왔는데, 알몸으로 뒤엉킨 가족들, 동식물과 어울린 아이들의 모습 등을 담고있다. 가로 세로가 20㎝미만인 실물들을 보면서 세로 3m, 가로 15m의 초대형 스크린에 비친 은지화의 세부를 감상하는 것이 관람의 알짬이다. 투사된 은지화 세부를 보면 작가의 도상들이 탄탄하고 치밀하게 화면을 구성하며 묘사를 위해 그은 선들이 머뭇거림 없이 단호하고 유려한 일필휘지의 필적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왜 그가 감각이 출중한 거장인지를 확실하게 일러주는 공간이다. 이 방을 나와 만나는 후반 공간의 주제는 가족과 풍경. <현해탄> <춤추는 가족> 등의 작품과 가족을 얼싸안은 그림이 곁들여진 편지, 말년작 <정릉풍경> 등을 보여주면서 마무리된다.

개별 작품을 살펴보면 <닭과 병아리> <물놀이 하는 아이들>이 주목된다.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1980년대 전시된 뒤로 30여년 만에 공개되는 <춤추는 가족> <손과 새들>도 눈길을 줄 만하다. 특히 1940년대 초반 부인 야마모토에게 보낸 <상상의 동물과 사람들> 같은 엽서화 36점과 1950년대 은지화 27점이 한꺼번에 나와 초창기와 전성기 화풍의 이면을 살펴볼 수 있다.

이중섭의 1942년 작 <여인>.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중섭’전 포스터.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은지화 <가족을 그리는 화가>를 표지그림으로 썼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53~54년 경남 통영에서 나전칠기기술원 양성소 교사로 일하면서 그린 <나무와 까치가 있는 풍경>은 작가의 예혼이 약동하던 전성기의 주요 작품으로 꼽힌다. 모두 알몸이 된 채 뒤엉킨 가족들의 모습과 이를 그리는 작가까지 담은 은지화 <가족을 그리는 화가>도 특유의 과감하고 농익은 선묘를 통해 감상의 묘미를 선사한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20만 넘는 관객이 몰린 이건희 컬렉션 첫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에 나왔던 <가족과 첫눈> <다섯 아이와 끈>도 다시 볼 수 있다.

오는 2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 내놓은 명작 <황소>는 박물관 전시가 끝난 뒤 보존 상태가 양호하면 이번 전시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미술관 쪽은 밝혔다. <부부> <투계> <세 사람> 등 애호가들 사이에 익히 알려진 국립미술관 소장 명작들을 이건희 컬렉션 명작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전시의 특전이다. 배우 고두심의 목소리로 녹음한 오디오 가이드가 친절한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내년 4월23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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