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사색] 청와대, 베르사유처럼?

2022. 8. 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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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절대왕권과 혁명의 과정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베르사유궁은 박물관으로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를 넘어 유럽의 왕을 꿈꿨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베르사유궁전이 대중의 품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두 인물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필리프왕의 박물관으로서의 베르사유 대신 궁전으로서의 베르사유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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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절대왕권과 혁명의 과정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베르사유궁은 박물관으로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왕과 귀족들의 화려한 파티장에서 국민의 품으로, 또 베르사유조약의 협상장으로 역사적 상징성뿐 아니라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이 동원된 프랑스 고전주의의 정수로 건축예술적 가치가 크다. 프랑스를 넘어 유럽의 왕을 꿈꿨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베르사유궁전이 대중의 품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두 인물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루이 필리프왕과 박물관 큐레이터 피에르 드 놀라크다.

왕정 복고를 꿈꾼 샤를 10세를 무너뜨린 1830년 7월 혁명으로 즉위한 ‘시민왕’ 루이 필리프는 베르사유궁전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제1통령 관저로 사용했던 파리의 튈르리궁을 거처로 삼았다. 검소했던 필리프 왕은 즉위 초기, 우산을 들고 파리 시내를 걸어다니며 행인들과 허물 없이 대화하는 등 서민적 행보로 인기를 얻었다. 그는 과거시대 유물이 된 베르사유궁전의 용도 변경을 모색하던 중 뮈제, 즉 박물관으로의 전환을 결정한다. ‘프랑스의 모든 영광에 바친다’는 박물관에 대한 그의 헌사는 유명하다. 필리프의 이 박물관 전환 프로젝트는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끊임없는 혁명으로 극도로 분열된 정치를 통합하고 불안한 민심을 달래는 한편 자신의 정통성을 세우려는 의도였다. 특히 역사에 꽂힌 필리프왕은 프랑스의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갤러리와 클로비스부터 나폴레옹 전투까지 역사적 전투를 기리는 전투갤러리를 오픈했다. 당시 그린 대형화 등 33점이 전시된 이 갤러리는 전쟁영웅들의 흉상을 나열한 판테온의 모습으로 오늘에 이른다.

그러나 그의 내각은 점점 보수주의와 왕정주의로 바뀌면서 추락하기 시작해 1848년 2월 혁명으로 제2공화국이 출범하면서 필리프는 강제 퇴위했다.

필리프의 퇴위와 보불전쟁 패배로 해체위기에 놓인 베르사유궁전을 구한 사람은 큐레이터였던 놀라크다. 그는 필리프왕의 박물관으로서의 베르사유 대신 궁전으로서의 베르사유에 주목했다. 궁전의 흩어진 왕실 컬렉션을 복원해 앙시엥 레짐 말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아이디어였다. 그래도 베르사유궁전의 날개 부분에 있는 공주들의 거처를 전투갤러리로 바꾼 필리프의 작업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렇게 베르사유는 역사적 기념물로서, 또 박물관으로서 세계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청와대를 역사성과 미술전시장을 갖춘 베르사유궁전처럼 투트랙으로 만들어가겠다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표 이후 어수선하다. 문체부는 발빠르게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올가을 청와대 소장품 특별전을 연다는 방침이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소장한 작품이 600여점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문화재청은 문화재 등록 지정에 관심이 있다. 과거 경복궁 후원으로 무예를 연습하고 과거시험장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애초 이런 활용방안을 발표하려다가 문체부에 밀려 입을 닫았다.

얼마 전엔 대통령실 자문단이 청와대 주요 시설을 관람하고 역사와 미래를 품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 과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필요하다면 문을 닫고 일정 기간 기초조사를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문화재로 지정할 경우 활용성은 떨어진다. ‘베르사유 플랜’도 겉만 따라해선 오래 못 간다. 미술관의 생명은 지속적인 컬렉션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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