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의 시론>관종·스타·돌쇠 장관과 머슴 대통령

기자 2022. 8. 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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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사회부장

尹 “스타 장관 많이 나와야” 주문

튀는 정책과 강경 발언 역효과

블루칩 한동훈 향후 성과 주목

20%대 지지율 정권 안위 우려

위기 극복할 ‘돌쇠 장관’ 필요

대통령·용산 ‘국민 머슴’ 돼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전 부처 장·차관 등 84명이 참석한 국정과제 워크숍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한껏 치켜세웠다. 이날 워크숍에 앞서 19일과 20일 연이틀 거제도를 찾아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의 불법 파업 현장에서 노사 중재자 역할을 한 이 장관을 거론하며 “바로 이겁니다. 이런 역할이 필요합니다”라고 공개 칭찬했다. 19일 국무회의에서는 “스타 장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스타 장관’ 탄생도 주문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튀는’ 장관이 생겼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대선 공약도, 국정과제도 아니고, 참모들 반대에도 ‘만 5세 조기 입학’ 방침을 밝혀 교육계와 학부모 속을 뒤집어 놨다. 조기 입학 추진→단계적 추진→공론화→사실상 폐기 등 4일 동안 4번 입장을 바꾸고, 외고 폐지 등 새 이슈까지 제기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언론 취재를 피해 도망치다 신발이 벗겨지는 해프닝까지 연출한 박 장관은 35일 만에 사퇴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관종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초강경 발언으로 박 장관보다 먼저 뜬 장관이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을 ‘하나회의 12·12 쿠데타 사건’에 빗대어 경찰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6월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 때에는 윤 대통령까지 나서 “국기 문란 행위”라는 발언을 하도록 해 한순간에 경찰을 대역죄인으로 만들었다. 국기 문란이라던 인사 번복 사건은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경찰청과 행안부 업무 연계를 하는 치안정책관의 단순 실수로 밝혀져 경징계로 마무리됐다. 침소봉대가 역대급이다.

현 정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블루 칩’ 장관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한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회 본회에서 소신 답변으로 스타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홍준표·오세훈 시장을 제치고 범보수 진영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1위에 올랐다. 한 장관이 스타가 될지, 갤러리가 될지는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수사를 어떻게 할지에 달렸다.

대통령의 착각이란 말이 있다. 집권 초기에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오만의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한술 더 떠 무소불위 행태까지 보이기도 한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여가부 폐지 관련 보고를 하지 않았다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폐지 로드맵을 빨리 만들라”는 특별 지시를 받았다. 대통령이 보고에 없던 내용을 지시할 수 있지만, 사전에 충분한 검토 시간이 있었음에도 보완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던 대통령실 보좌진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0일로 윤 대통령은 취임 3개월을 맞았다. 4년 9개월이라는 임기가 남았지만 ‘정치적’ 시간은 별로 없다. 집권 후 6개월 안에 개혁을 못 하면 포기해야 한다는 게 역대 권력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그 소중한 6개월 중 절반을 낭비했다. 윤 대통령에게 남은 정치적 시간은 앞으로 1년 정도에 불과하다. 내년 이맘때면 정치권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총선이 끝나면 권력 속성상 현재 권력보다 미래 권력의 리더십에 주목할 것이다.

지지도가 20%대인 윤 대통령은 정권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 그런 윤 대통령에게는 ‘스타 장관’이 아니라 ‘돌쇠 장관’이 필요하다. ‘상식이 회복된 나라’ ‘민간 중심의 역동 경제’ 등 잘 추린 6개 분야, 120개 국정과제를 묵묵히 이행하며 국민과 국가에 이익이 되는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 그런 장관이 곁에 있어야 한다. 국정과제에 없는 새로운 일을 벌여 논란을 일으키는 관종 장관과 상대방을 협박하는 빌런 장관, 대통령보다 더 빛나려는 스타 장관은 복합 위기에 빠진 윤 대통령을 구해낼 수 없다.

윤 대통령은 8일 휴가에서 복귀하며 “국민의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 뜻을 잘 받들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모든 국정 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전 정권과의 비교를 통한 우월감으로 국정 혼란과 자신 및 주변 잘못을 감추려 했던 모습과 달랐다. 머슴 대통령을 자처했다. 내각은 일만 하는 돌쇠로 채우고, 대통령실은 머슴으로 싹 바꾸는 전면 쇄신이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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