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기업인 외교' 전성시대

김병채 기자 2022. 8. 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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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것이 큰 화제다.

최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을 면담한 것은 지난 4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사 격인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본래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려진 시간에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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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채 산업부 차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것이 큰 화제다. 이 만남은 사실 최 회장도 출국하는 순간까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국 기업의 총수가 미국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단독 면담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 회장을 만나기로 결정했고, 대접도 융숭했다.

코로나19 확진 여파로 화상 면담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2위 기업집단 총수가 1 대 1로 만난 것과 다름없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측 배석자도 모두 최 회장과 같은 공간에서 면담을 함께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먼발치의 최 회장을 향해 손을 흔드는 장면을 SNS에 올려 직접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이날 만남의 분위기를 대변했을 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 한국 기업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최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을 면담한 것은 지난 4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사 격인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정부 출범 이후 외교부 장관과 주미대사가 될 인사들이 대표단에 포함돼 당선인 입장에서 최강 진용을 꾸렸지만, 미국 대통령 접견 일정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관계를 철저하게 실리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미국과 한국에서 한 차례씩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기조를 철저히 유지했다. 덕분에 정상회담의 주인공이 한국 기업인이 됐다는 느낌을 줬다. 워싱턴 정상회담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한 한국의 경제사절단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특별히 언급됐고, 올해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첫 방문지로 낙점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본래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려진 시간에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의 일자리 등을 먼저 챙기는 ‘미국 우선주의’에 전 세계적으로 비판적 시각이 많았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 이 경향은 더 심화하고 있다. 덕분에 글로벌 한국 기업의 몸값은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미 경제동맹이라는 수식어 속에는 한국 기업의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가져가겠다는 무서운 전략이 숨어 있다는 것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외교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즈니스 외교’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과 물가 불안정 등 앞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변화한 시대에는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은 외교 무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외교에서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주연이고, 경제인이 조연이라는 인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19세기 용어 냄새가 나는 ‘경제사절단’ 표현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앞으로 본격화할 정상 외교에서 윤석열 정부의 창조적 사고와 혁신적인 접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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