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지지, 백신처럼 수용하면..윤 대통령, MB에게 배우라'

강희철 2022. 8. 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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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강희철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정치학 박사
'강권적 국가기구' 수장 출신 대통령 '수사 드라이브' 크게 우려
낮은 지지율로 당장 실행 어려워진 건 민주주의 발전 위해 다행
반등하려면 임기 초 비슷한 경험 한 MB의 인식 전환 배울 필요
다양한 의견그룹·목소리 나오는 여당, 국정 정상운영에 필수적
'이재명 민주당'은 문제 해결·정비 아닌 변화 모색의 출발일 뿐
정의당, 선거 넘어 미래의제 공론장에 던져야 의미·기회 있을 것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윤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낮은 지지율이 민주주의 발전에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민주주의 문제를 오래, 깊이 천착해온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낮은 지지율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는 잘 모르고 수사에는 유능한 대통령이 과거 정권들처럼 ‘사정 국면’을 통해 정치를 풀어갈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4일 인터뷰에서 그는 윤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을 만들어낸 ‘보수 시민’의 움직임에 특별히 주목했다. ‘당신 맘대로 해도 좋다고 표 찍어준 거 아냐’라는 비판적 회의감을 주저없이 드러낸 그들이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성숙하고 침착한 시민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박 위원의 진단이다. 한국 정치의 균형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그는 이런 보수 시민의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청와대 정부>, <정치의 발견>, <정당의 발견> 등 다수의 책을 쓴 박 연구위원은 정치발전소 학교장으로도 활동하면서 민주주의를 앞서 경험한 나라들에서 배울 점, 민주주의의 제도적 장점을 선용하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10일이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석달이 되는데, 국정수행 지지도가 그사이 20%대로 떨어졌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예상 못했던 일이고, 임기 초에 이렇게 빠른 지지율 하락은 처음 보는 현상이다. 사실 윤 대통령이 첫해를 어떻게 보낼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는 검찰의 수장, 옛날식 개념으로 하면 ‘강권적 국가기구’의 장을 지냈다.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공직자인데, 그런 이가 대통령이 됐다. 35년 한국 민주화의 결산이 검찰 수장의 행정 수반 선출로 끝났다고 하면, 이건 사실 학문적 연구 대상이다.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걱정이 많았다.

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건 정치가 아니라 ‘정치’를 수사하는 것인데, 집권 초기에 지지율까지 높으면 앞선 정부들이 그랬듯 전 정부와 관련된 스캔들로 첫해를 보내지 않을까 하고. 근데 그게 나타나지 않은 건 다행이고, 설령 그렇게 하려고 해도 크게 지지받을 상황이 아니어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낮은 지지율이)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게 많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나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기 때문에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내려가서 통치 불능 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 자신이 정치에 적응한다면, 처음의 낮은 출발이 오히려 권력의 오만을 절제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지율 추이를 보면, 보수 성향 시민들조차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난다.

“보수 시민들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대선 득표율이 42% 미만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초 70~80%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것은 그에게 투표하지 않은 보수 시민들이 그 이니셔티브를 존중하고 기대감을 나타냈다는 뜻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48.56%)보다도 훨씬 낮고, 보통 ‘허니문’이라고 부르는 임기 초의 일반적 특징과도 다른 건 보수 시민들의 회의감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보수 시민들은 반공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아 정치적 의견이 견고할 줄 알았는데, 2016년 4월 총선과 촛불집회, 그 이후로 덜 강박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4월 총선에서 진박 공천을 보수 시민들이 동의해줬다면 촛불집회는 아마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4당 체제를 만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당 지배 욕구를 절제시켜 놓은 것은 보수 시민들의 큰 역할이었고, 그때부터 우리나라가 극우 또는 우파 포퓰리즘에 일정 정도 면역력이 생겼구나 생각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윤 대통령의 초기 인사 문제, 말실수 등에 대해 보수 시민들은 오히려 ‘당신 맘대로 해도 좋다고 찍어준 게 아니라 잘할 때에만 지지하겠다’, 그리고 또 조금만 상궤에서 벗어나도 얼마든지 비판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치 행동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와 반응이 민주주의의 완성에 중요한데, 윤석열을 지지한 보수 시민들이 일방적이고 진영적인 동의를 보이지 않은 것은 민주주의 성숙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격려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일각에 지나치게 열광적인 시민 집단이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윤석열 정부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침착한 시민성을 보이는 유권자 집단이 있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게 지금의 한국 정치라고 본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지지율 반등을 이루고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해질까?

“선례를 본다면, 임기 초·중반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사이클과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 대통령(엠비)은 선거 압승을 기반으로 처음에 ‘입법 100일 작전’ 등에 드라이브를 걸다가 촛불 국면을 겪고 나서는 절제를 했다. 그다음에는 40%대 지지율을 임기 후반까지 이어갔는데, 윤 대통령도 마치 백신 주사처럼 (비판적 여론을) 잘 수용하면 좋아질 것이다.

다만 전제가 있다. 검찰 수장 출신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좁은 시야를 벗어나서 크게 개안을 해야 한다. 선거 때는 경쟁만 하면 되지만, 대통령이 돼서는 정부라는 거대한 복합 기구를 운영해야 한다.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런데 이른바 ‘윤핵관’처럼 이너서클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좁은, 진짜 몇 사람 안 되는 의견그룹만으로 국정 운영이 가능하겠나. 이걸 벗어나서 (윤 대통령이) 예를 들면 국회는 의회정치를 하는 곳이고, 정당도 윤핵관이 아니라 독립된 지역·이념·정책 기반을 갖고 있는 다원적 구성체라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이냐, 이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엠비에 주목한 것은, 촛불집회를 겪고 나서 구사하는 언어가 좀 바뀌었다. 그 전에 쓰던 전투적 용어 대신에 다원주의, 시민사회 같은 말을 쓰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도 이런 변화를 못하면 나쁜 상태가 계속될 것이고, 반대로 민주정치의 구조를 이해하고 적응한다면, 파격적인 성과는 못 낸다 하더라도 대략 40%대 지지율은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축약하면 ‘엠비에게 배우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 엠비는 당내에 친박이라는 강력한 반대파가 존재했다. 그 친박의 역할처럼, 윤 정부에도 건전한 이견 집단이 파워블록 안에 있고, 그것 때문에 대통령이 적당히 (권력을) 절제하게 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러니 이준석, 유승민, 과거 바른미래 계열 같은 의견그룹들을 다 약화하고 제압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런데 행정 수반인 대통령이 ‘내부 총질’ 같은 저속한 용어를 구사하는 건 본인의 역할을 오거니시즘(Organicism), 즉 일체주의 관점에서 보고, 다 내 밑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민주정치의 기본원리는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만 정부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는 것, 이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조정과 상호작용이 전체 시민사회의 지지기반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이견을 가진 사람들의 순응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엠비는 촛불 국면 이후에 본인이 원했든 아니든 시민사회로부터, 당내로부터 다양한 의견집단의 좋은 견제를 받았다. 그런 점에서 엠비에게 배울 점이 있지 않나 싶다.”

―‘윤석열의 한계’를 국민이 모르지 않았는데,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러했던 이유는 뭘까?

“문 대통령 시절 민주당 정치의 결과라고 본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의 특징이다. 그런데 문 정부 시절은 일방적 승리를 추구했던 것 아닌가. 국정과제 1호를 ‘적폐의 철저하고도 완전한 청산’으로 정했는데, 그것은 신성모독 아니면 인간에 대한 과도한 맹신,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이해의 집합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에서 채택하는 방법은, 반대편의 목소리가 결과적으로 줄어들게 만들어서 그간에 억압됐던 또는 적절히 대우받지 못했던 목소리가 더 드러나게 해주는 것이지, 선출된 권력이라고 모든 문제의 해결자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문 대통령이 이런 걸 잘못 이해해서 촛불집회 이후 민주주의를 반정치적 과거청산 운동으로 전환시킨 게 결국 권력을 다룰 줄 아는 상대방 집단들을 하나가 되게 만들었다. 또 자율성을 갖고 대통령을 견제해야 할 민주당이 맹목적인 친위대 역할을 하면서 점점 더 시민사회의 기대와 멀어졌다.”

―윤 대통령은 국정 비전을 제시하는 취임사에서 특히 자유·반지성주의를 강조했다.

“넓게 보면 취임사가 지나치게 이념적이다. 자유·반지성주의의 강조는 대통령의 일이 아니라 지식인이나 언론의 몫이다. 대통령의 일은, 우리 사회의 평등한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 누구라도 삶의 조건이 실질적으로 불평등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 어떤 사람들의 시민권이 그들의 생활상 처지 때문에 약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 이런 것에 관심을 갖는 ‘사회 통합자’로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고, 민주주의에서 꼭 필요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도 1941년 연두교서에서 가난, 공포 등으로부터 네 가지 자유에 대한 연설을 하지 않았나. 그래서 현대 인권에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 것인데, 윤 대통령의 자유관에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생각이 빠져 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대통령실 슬림화,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은 어떻게 보나?

“공간 이전은, 좀 무리하긴 했지만, 하겠다고 하고서 안 한 것보다는 낫다고 보고, 대통령실 규모를 줄인 것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실에 그렇게 많은 스태프들이 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미국 대통령은 평균 주 1회 이상 비판적인 언론의 질문을 받아주는데, 그게 미국 민주주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출근길 문답도 괜찮지만, 그보다는 질문을 안정적으로 꾸준히 받아주는 쪽으로 제도화했으면 좋겠다. 전체적으로는 좋게 평가하는 데 인색함이 없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제가 쓴 <청와대 정부>(2018)에서는 내각·의회·정당·시민사회의 자율성 존중을 강조했는데, 윤 대통령의 인식은 그런 자율성을 배제하는 퇴행적인 것이다. 또 청와대 정부의 문제를 규모로만 국한해서 본 잘못이 있다.”

―평소 강조해온 ‘좋은 정당론’의 관점에서 국민의힘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눈에 띄는 정치인이 있나?

“정치인은 주변 여건이 어려워도 자기 말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에서 ‘대의’는 정치인이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전제하에 국민이 주권을 위임하는 것이지, 권력의 요구에 굴종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과거 정부와 비교하라고 윤 대통령 뽑은 게 아니다’라는 논평을 냈던) 박민영 대변인이 기억나고, 유승민씨도 멈추지 말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다. 과거 보수가 오래 집권할 때는 당 안에 친박, 친이 등이 다양하게 존재했다.”

―민주당에선 윤 정부가 스스로 몰락할 것이란 기대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다.

“실력에 비해 너무 많은 의석을 가진 것이 민주당의 비극이다. 규모가 크다 보니 세상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민주정치에서는 중요한 문제를 가지고 다퉈야 한다. 부동산 등 자산 불평등, 일자리, 노사관계 등 중요한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의 언어나 관심을 보면, 대통령이나 그 주변 사람들이 실수하기를 바라는 마음, 인간의 나약함이 드러나 있다. 중요한 문제 이외의 것은 언론이나 시민사회가 판단하도록 해도 되는데 자꾸 사소한 것에 매달리니까 좁고 잘아 보인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민주당 순회경선 결과를 보면 ‘이재명 당대표’가 확실해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은 어떻게 될까?

“뭔가를 판단할 때, 이것이 더 좋은 가능성을 위한 결과인가, 아니면 답이 없어서 마지못해 낸 결과인가를 따져봐야 할 때가 있지 않나. ‘이재명 민주당’은, 그 당이 그간 했던 경험의 한계 속에서 좀 더 허우적거려야만 (비로소) 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소극적 판단밖에는 가능하지 않다. 이재명이 당대표가 됐다는 그 결과로 희망을 말하기보다는 먼저 문제점을 총결산하고, 그다음에 어떻게 좋아질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정의당의 존재감이 너무 약화됐다.

“최고로 어려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간 너무 선거 문제에만 관심을 가졌다고 본다. 당내 논쟁도 없고. 지금의 당내 정파들은 가치집단이라기보다 관계집단처럼 보인다. 그걸 넘어서 미래를 자꾸 말해보는, 우리 사회에는 이런 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공론장을 활성화하려고 노력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옛날 관점, 낡은 관점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일 때가 많았다.

물론 답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고민하고 연구하고 조사해서, 의견을 더 발전시켜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번 선거를 치른 정당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난 대선 결과를 정의당, 심상정의 책임으로 돌리지 말았으면 한다. 외부의 그런 움직임은 너무 비열한 짓이다. 정의당의 존재를 당연한 것으로 가정하고 한국 정치를 말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좀 어렵겠지만, 기회는 계속 있을 것이다.”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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