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0년만에 달에 사람 보낸다는데..탑승객이 '스누피'? [한입과학]

김우현 입력 2022. 8. 1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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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10호를 조종한 NASA 소속 우주비행사 유진 서난이 1969년 4월 26일 스누피 인형과 함께 기자회견 중이다. [사진 출처 = NASA]
미국의 두 번째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첫 번째 미션이 한국 시각으로 29일 오후 9시 33분께 시작된다. 지난 1972년 아폴로17호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던 인류의 유인 달 탐사가 50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첫 번째 미션의 목적은 달 탐사에 쓸 유인 우주선 '오리온'을 달 궤도로 보내 42일 동안 머물게 한 후 귀환시켜 안전성과 기능을 시험하는 것이므로 사람이 타지 않는다. 대신 다른 탑승객이 참가하는데 바로 미국의 인기 만화 '피너츠'에 등장하는 강아지 '스누피' 인형이다.

◆ 우주선에 왜 인형을 태울까
아르테미스 첫 번째 미션에 참가하는 스누피 인형. [사진 출처 = NASA]
언뜻 보면 뭔가를 상징하려는 의도거나 재미를 위해 스누피 인형을 싣고 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스누피 인형을 싣는 이유는 이를 '무중력 지표'로 삼기 위해서다.

무중력 지표는 우주선이 무중력 상태에 도달했을 때 안전띠를 차고 있는 비행사 대신 공중에 떠올라 무중력 상태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너무 무거워도 안 되고 공중에 부양할 때 주변 사물이나 비행사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 가볍고 부드러운 인형이 제격이다.

이를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스누피 인형을 가로 18cm, 몸길이 25cm 크기에 무게 140g 규격으로 제작했다. NASA 로고가 박힌 주황색 우주복을 입었고,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졌다.

인형을 무중력 지표로 삼는 건 오랜 전통이다. 지난 1961년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1호에 작은 인형을 들고 탄 것이 유래가 됐다.

이후 많은 인형들이 우주선에 탑승했는데 최근 사례를 보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 2019년 3월 세계 첫 민간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크루 드래건' 시험비행에 지구 모양 인형 '어씨'를 태웠다.

2020년 5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사람을 보내는 데모2 미션에서는 비행사 자녀의 추천한 공룡 아파토사우르스를 모델로 만든 인형 '트레모'가 동승했다. 같은 해 11월 첫 상업 임무에서는 스타워즈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든 드라마 만달로리안의 캐릭터 '베이비 요다' 인형을 태웠다.

이외에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버즈 라이트이어', 겨울왕국의 눈사람 캐릭터 '올라프' 등이 무중력 지표로 쓰인 경력이 있다.

◆ NASA는 왜 스누피를 선택했을까
2019년 방영된 '우주로 간 스누피'의 한 장면(왼쪽)과 '실버 스누피 상' 수상자가 받는 스누피 옷깃 핀(오른쪽). [사진 출처 = NASA]
스누피가 우주에 나가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스누피는 지난 1990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에서 무중력 지표 데뷔전을 가졌다. 무중력 지표로는 보통 당시 인기 있는 캐릭터 인형을 선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NASA는 이번에도 스누피를 데려간다. 오랜 인연 때문이다.

1967년 3명의 우주비행사가 사망한 아폴로1호의 화재 이후 안전 의식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NASA가 당시 인기 캐릭터였던 스누피를 '세이프티 마스코트'로 채택했다.

이후 1969년 5월 아폴로10호가 발사되기 전 토마스 스태포드, 존 영, 유진 서난 등 비행사들은 아폴로10호의 코드명을 스누피로 지었다. 아폴로10호의 임무가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지점을 '염탐(snoop around)'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 역시 '스누피 온 더 문'이라는 제목의 만화를 연재해 우주에서의 미국의 업적을 홍보함으로써 호응했고, 지난 2019년에는 아폴로10호 발사 50주년을 맞아 '우주로 간 스누피' 만화 시리즈물이 방영되기도 했다.

한편 NASA는 1968년부터 우주비행사의 임무 성공과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실버 스누피 상'을 제정해 수상하고 있다. 수상자에게는 은색 스누피 옷긴 핀과 표창장 등을 수여한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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