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Cellist 홍진호

서울문화사 2022. 8. 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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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꼭 껴안고 머리칼을 쓸어 넘기듯 첼로를 품에 안고 현을 켠다. 첼리스트 홍진호의 음악은 밀어를 나누는 연인처럼 우리의 심장을 어루만지다가도 고동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자신의 음악이 클래식으로 남기를 바라는 '모던 첼리스트' 홍진호를 만났다.



두 번째 앨범 <모던첼로>에 첫 자작곡을 발표한 첼리스트 홍진호가 두 눈을 감고 연주에 몰입하고 있다.

호기심 많은 한 소년이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3악장을 우연히 들었다. 생애 처음 들어본 악기의 소리에 압도되어버린 그 순간, 소년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JTBC <슈퍼밴드>에서 우승한 밴드 호피폴라로 이름을 알린 첼리스트 홍진호의 이야기다. 우승 이후 그는 브람스 전곡으로 구성한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보여줬는가 하면 아르보 패르트와 마크 서머의 네오클래식 작품을 연주하기도 하고, 팝과 재즈, 대중가요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시도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올여름에는 자작곡을 비롯해 노영심, 권태은, 이진아 등 유명 뮤지션의 창작곡을 담은 두 번째 앨범 <모던첼로>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첼리스트 홍진호, 아니 뮤지션 홍진호의 한층 확장된 음악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음반이다. 오는 8월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도 앞두고 있다. 클래식에 뿌리를 두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내실을 다져가는 그에게 심장과도 같은 첼로를 향한 고백을 들었다.

건축가 조병수 소장이 서촌에 마련한 음악 바에서 음반을 꺼내 보는 홍진호.

낯섦을 향한 홍진호의 도전 Q 두 번째 앨범 <모던첼로>로 돌아오셨네요.

지난 앨범 <Purify>가 공연 실황 연주를 담았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어요. 모두 창작곡이에요. 제가 평소에 존경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첼로를 위한 곡을 써달라고 의뢰했고, 저의 자작곡도 수록했어요. 보통 첼리스트들은 클래식 앨범이나 크로스오버 음악을 커버한 앨범을 주로 내는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실험적인 앨범이죠(웃음).

Q 실력파 뮤지션들과 같이 작업했는데 어떠셨나요?

노영심, 조윤성, 권태은, 에코브릿지, 선우정아, 이진아 씨가 함께 해주셨는데요. 각자 캐릭터에 따라 음악의 개성도 모두 너무나 달랐어요.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앨범의 맥락을 함께 만들어나갔죠. 재미있는 점은 각각의 뮤지션이 생각하는 첼로와 홍진호가 어느 정도 닮아 있는 거예요. 그들이 만든 음악이지만, 또 그 안에서 저를 알아가게 되는 과정이 흥미로웠지요.

Q 모르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셨나요?

제가 그렇게 우울한 사람인 줄 몰랐는데 하나같이 다…(웃음) 첼로라는 악기의 특성에서도 비롯되었겠지만, 저를 생각하면 밝은 모습에서도 슬픈 감정이 떠오른다고 하더군요. 물론 ‘밝은 곡에도 이렇게 첼로가 어울릴 수 있구나’ 하고 놀랄 만한 트랙도 있어요. 권태은 음악 감독님께는 특별히 밝게 써달라고 부탁했거든요.

Q 앨범명에 있는 ‘모던’은 어떤 의미인가요?

꼭 세련되고 현대적인 것을 상징한 건 아니에요. 기존 것과 달라진 새로운 음악을 지칭하고 싶었어요. 역사적으로도 서로 다른 문화의 충돌이 일어날 때 상대적으로 신선하거나 감각적인 것을 ‘모던’이라고 표현했잖아요. 예를 들어 1920~30년대 근대문명을 받아들인 사람들을 ‘모던걸, 보던보이’라고 불렀던 것처럼요. 저도 그 점에 착안해 ‘모던’이라는 이름을 붙여봤어요.

Q 첼로가 현대적인 사운드와 어우러졌을 때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첼로 음색은 인간의 목소리와 굉장히 닮았고 생각하는 것보다 음역대가 넓기 때문에 꼭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대중 가요, 성악, 뮤지컬 등 다양한 음악과 어울릴 수 있는 열린 악기라고 생각해요.

Q 이번 앨범에 수록한 자작곡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어릴 때부터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요. 툭툭 던져놨던 메시지나 단상을 나열해보고, 그 단어에서 파생되는 생각을 마인드맵처럼 펼쳐보는 것이 곡을 쓸 때 큰 도움이 됐어요. 메모장에 적은 내용을 가사로 쓴 ‘그때는 우리가’라는 자작곡은 감사하게도 선우정아 씨가 피처링을 해주셨죠.

Q 작곡의 영감은 메모에서 시작되나요?

네, 맞아요. 특정한 음악가에게 영감을 받기보다는 저의 기록이나 기억에서 더 큰 영향을 받아요. ‘꽃핀다’는 곡은 저 나름대로의 밝음을 표현한 곡이에요. 벚꽃이 아름답게 휘날리는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고, 실제로 창밖에 꽃잎이 떨어지는 순간을 경험했죠. 꽃이 진다는 건 한편으로 이제 곧 꽃이 피겠다는 기대를 품게 하잖아요. 그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 행복했어요. 곡을 통해 행복했던 기억의 한 조각을 꺼내드리고 싶었어요.

Q 초등학생 때 우연히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3악장을 듣고 진로를 바꾸셨죠? 그때 그 음악이 왜 그토록 진호 씨의 마음을 움직였을까요?

그때부터 줄곧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어요. 욕심도 많다 보니 그 호기심을 어떻게든 충족시키고 싶었죠. 첼로 소리에 저절로 이끌렸던 그때 기억은 지금도 생생해요. 막연하게 나도 누군가에게 이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유학을 하고 돌아와 귀국 독주회를 열었을 때 충격을 받으셨다고요.

독주회를 정말 야심 차게 준비했는데, 클래식을 하는 분들 사이에서도 초대권을 받는 문화가 당연시되는 분위기에 충격을 받았죠. 그때 ‘나는 계속 이렇게 음악을 해야 되는 걸까’, 조금 상처를 받은 것 같아요.

Q 그 고민이 <슈퍼밴드>에 참가한 계기가 되었나요?

맞아요. 그 전에는 밴드를 하리라 상상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렇게까지 올라가리라 생각지도 못했고, 그저 한 라운드씩 올라가면 첼로 소리를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뿐이었어요.

Q 결과적으로 <슈퍼밴드>에서 우승한 이후 정통 클래식은 물론 밴드, 재즈 등 다양한 장르 활동을 함께하고 있어요. 장르의 구분에 크게 개의치 않으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장르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장르를 넘나드는 첼리스트’라는 수식어는 저에게 너무도 시기상조예요. 함께 도와주는 분들의 역할이 크거든요. 이제 첫발을 디딘 정도라고나 할까요. <모던첼로>는 앞으로 내가 이런 음악을 하겠다는 선포라기보다는 자유롭게 장르를 오가는 능력을 좀더 키워보겠다는 다짐의 첫걸음마라고 생각해요. 용기를 내서 자작곡을 써본 것도 이 때문이에요.

Q 온라인 북콘서트 <진호의 책방>을 진행하셨어요. 요즘에는 어떤 책을 읽으시나요?

작가 이상의 책이요. 말도 안 되는 문법과 띄어쓰기에 자기 멋대로 나눈 문단들이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오기가 생겨서 읽다 보니까 어느새 그만의 언어와 문법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Q 언젠가 책을 쓴다면 어떤 내용일까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단편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곡을 직접 만들고 누군가에게 의뢰도 하면서 트랙의 순서를 정할 때 앨범의 스토리텔링을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언젠가 이야기를 창작하는 일에도 도전해보고 싶네요.

Q 앞으로 어떤 음악을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나요?

‘클래식’은 그 말 자체에 오랜 시간을 버텨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좋아하는 단어예요. 수십, 수백 년 동안 사랑 받아온 것의 위대함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아요. 클래식은 지금도 대중음악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고, 대중음악에도 오래 사랑 받은 클래식이 분명 존재하거든요. 저 또한 한때 인기 있던 첼리스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록 큰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 제 이름과 음악이 클래식으로 불리는 것이 꿈이에요. 이런 첼로 음악이 있었다, 욕심을 더 내자면 이런 첼로 소리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고.

에디터 : 이승민  |   사진 : 정택  |   스타일링 : 윤인영  |   헤어&메이크업 : 최선화(선화인)  |   장소제공 : 온그라운드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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