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버슨' 박경상, KCC에서 재기할 수 있을까?

김종수 2022. 8. 10.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CC는 오프시즌 FA 시장에서 이승현, 허웅을 연달아 영입하며 큰손으로서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송교창의 군입대, 이정현(삼성)의 이적에 따른 전력 누수를 막았다. 2021-022시즌 정규리그 우승 당시 활약했던 타일러 데이비스의 귀환도 호재다.


올시즌 KCC의 성적을 가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가드진이다. 유병훈, 허웅, 박재현, 정창영, 김지완, 김동현, 박경상, 이진욱 등 양적으로는 많지만 질적인 부분에서는 아쉽다는 평가다. 정창영, 허웅을 제외하고는 계산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김지완은 기복이 심하며 유병훈은 경우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있다.

 

KCC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으로 복귀한 박경상(31·180cm)이 팀 전력에 포함되는 것이다. 허웅, 정창영, 김지완의 백업으로서 본연의 기량을 발휘한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프로 데뷔 10년차 박경상은 정규리그 통산 320경기에서 평균 5.6점 1.8어시스트 1.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출장만 꾸준하다면 평균 5점은 보장되는 선수다. 루키시즌 KCC에서 평균 10.6점 3.2어시스트 2.8리바운드 1스틸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는데, 이 기록이 커리어하이다. 초반 기세를 잘 탈 경우 좋은 기억이 있는 친정팀에서의 부활도 기대된다.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KCC에 지명될 때만 해도 박경상에 대해서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전태풍의 이적, 임재현의 노쇠화로 인해 가드진 리빌딩이 절실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팬들이 원하는 가드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팀이 된 유병훈으로 앞순번에서 LG에 지명되면서 차선책으로 박경상을 지명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박경상의 활약은 신인 가드 중 단연 발군이었다. “1라운드에 뽑히기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이름이 불린 순간 깜짝 놀랐다"고 밝혔을 만큼 본인도 자신의 지명순위가 의외였다고 인터뷰를 했지만 플레이 자체는 결코 겸손하지 않았다. 시즌 끝까지 최부경과 신인왕 경쟁을 펼칠 만큼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KCC팬들이 박경상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플레이 스타일이었다. 팀 내에 고만고만한 공격형 가드들이 여럿 있는 상태에서 제대로 1번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다. 대학 시절 박경상의 플레이는 포인트가드보다는 키 작은 슈팅가드에 가까웠던지라 지명순위가 아깝다는 혹평까지 쏟아졌다.

 


 

시즌 초반만 해도 이러한 우려는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분위기였다. 박경상은 상대 수비에 막혀 볼을 운반하는 것조차도 버거워 보였고, 그러한 모습에 KCC팬들은 눈을 질끈 감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 경기가 거듭될수록 박경상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찬스가 왔을 때 과감하게 슛을 던지는 것은 물론, 수비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파를 감행하는 장면에서는 쉽게 주눅 들지 않을 스타일이라는 믿음을 심어줬다.


거기에 더해 팬들을 놀라게 한 것은 패싱 센스였다. 공격에 특화된 선수라는 평가와 달리 잠깐씩 보여주는 패스가 수준급이었다. 상대 수비진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골밑과 외곽의 동료들을 인지하고 패스를 돌리는 것은 물론 조금의 틈만 있으면 날카롭게 어시스트를 뿌려냈다. 

 

2012년 10월 21일 모비스전에서는 환상적인 비하인드 백 패스로 당시 외국인선수였던 안드레 브라운의 덩크슛을 만들어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박경상 역대 하이라이트 필름중 하나로 꼽힐 만큼 멋진 장면이었다. 시야가 넓은 편은 아니지만 자신의 공격이 잘 풀릴 경우 빈 공간을 활용하는 패스 센스는 충분히 갖춘 선수임을 입증했다.


이같은 활약 뒤에는 당시 허재 감독의 믿음이 있었다. 허감독이 박경상을 선택한 데에는 특유의 두둑한 배짱을 높이 산 부분도 컸다. 실패해도 좋으니 자신감 있게 공격하는 선수를 좋아한다. 그러한 믿음 속에서 출장시간이 보장되자 박경상은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비록 다음 시즌 대학 최고 가드 김민구가 입단하면서 밀리고 말았지만 신인 시절 보여준 임팩트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했다.

 

박경상이 오프시즌 전창진 감독의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면 가드가 아쉬운 팀 사정과 맞물려 충분한 출장시간을 보장받을 가능성도 있다. 마산고 시절 득점기계로 불리며 ‘아이버슨’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박경상이 기회의 땅 KCC에서 재도약의 날개를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점프볼DB, 박상혁 기자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