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가 쏘아올린 우주시대 .. 책장 넘기며 함께 열어볼까

■ 에세이 ‘뉴호라이즌스…’

인류 첫 명왕성 탐사선 30년 탐험기

■ 고전 ‘창백한 푸른 점’

행성탐험 역사로 인간존재 의미 고찰

■ 문학 ‘아르테미스’

달 가상도시서 펼치는 천재소녀 모험

■ 탐사 역사 ‘NASA 탄생과…’

공식문서 바탕으로 우주개발史 정리

■ 백과사전식 교양서 ‘미션 투 더 문’

美가 달에 보낸 9개 우주선 한눈에

“지금 이 시대는 인류가 요람을 벗어나 우주를 여행하는 종족이 된 시대로 영원히 일컬어질 것이다.”(‘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중)

한국의 첫 달 궤도선인 ‘다누리’가 지난 5일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우주탐사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연말쯤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러시아·미국·일본 등에 이은 7번째 달 탐사국 반열에 오른다. 1992년 인공위성 우리별 1호 발사 이후 30년 만에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다누리 발사 성공을 맞아 우주 및 달 탐사 여정과 성취를 담은 책 5권을 추천한다. 시대의 고전과 대중 교양서부터 탐사의 매혹을 묘사한 문학 작품까지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이 인류 문명의 진보를 이끈 역사를 생생히 보여주는 리스트다. 이들 책과 함께 인식의 지평이 좁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확장되는 순간을 경험하시길. 책 선정엔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팀장,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주간, 김은수 바다출판사 과학팀장의 조언을 받았다.

◇에세이-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 푸른숲)=인류의 첫 명왕성 탐사선인 미국 뉴호라이즌스호의 30년에 걸친 탐험기. 인류가 유일하게 탐사하지 못한 외딴 행성이었던 명왕성은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탓에 우주 탐사계획에서 번번이 밀리기 일쑤였다. 책은 20∼30대 젊은 과학자들이 학계와 정치판의 편견을 뚫고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을 향해 나아간 과정을 흥미진진한 에세이로 풀어낸다. 2015년 뉴호라이즌스호가 보내온 ‘예쁜 하트’ 모양의 명왕성 사진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태양계 변두리에서 별 관심을 못 받던 작은 행성이 사랑의 상징으로 변모한 것이다. 명왕성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으로부터 태양계 행성이라는 지위를 박탈당하고 왜행성(矮行星)으로 강등됐지만, 탐사선 관측을 통해 드러난 명왕성의 비밀은 ‘행성이라는 명칭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을 웅변한다.

◇고전-창백한 푸른 점(칼 세이건, 사이언스북스)=‘코스모스’로 유명한 위대한 천문학자가 행성 탐험 역사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성찰한 고전. 세이건은 태양계 밖을 탐사하던 보이저 1호가 찍은 사진 속 지구의 모습을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한다. 볼펜으로 살짝 찍은 듯한 0.02㎜의 지구는 광활한 우주 속에 먼지처럼 박힌 행성이라는 것이다. 이 ‘창백한 푸른 점’은 인간이 우주에서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존재라는 자부심이 환상일 뿐임을 일깨운다. “조그만 점 한구석의 지배자가 되려고 흘린 ‘유혈의 강’을 생각해보라. 그들은 서로 죽이려고 얼마나 날뛰고, 얼마나 지독하게 서로 미워했던가 생각해보라.” 책은 인간이 미천한 존재임을 받아들이면서 생명을 품은 유일한 천체인 지구를 소중히 가꿀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이건의 말처럼, 천문학은 그저 과학만이 아니라 겸손과 인격수양의 학문이다.

◇문학-아르테미스(앤디 위어, RHK)=달에 건설된 가상의 도시 아르테미스를 배경으로 한 과학소설(SF). ‘마션’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함께 앤디 위어의 우주 3부작으로 불리는 작품으로 아르테미스에 사는 천재 소녀가 거대한 음모를 파헤쳐 도시를 구하는 여정을 그린다. 소설 속 도시는 숨쉬기 위한 산소부터 법과 제도, 경제 시스템을 갖춘 공간이자 지구에서처럼 관광과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억만장자부터 하층민까지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는 것도 지구와 판박이다. 흔히 많은 SF가 가상의 시공간을 통해 지금 우리가 마주한 시대의 문제를 비판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세밀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달 탐사의 효용과 가능성을 경쾌하게 탐색한다.

◇탐사 역사-NASA 탄생과 우주 탐사의 비밀(존 록스돈, 한울아카데미)=100여 건의 나사(미 항공우주국) 공식 문서를 바탕으로 미국 우주 개발의 역사를 정리했다. 1957년 소비에트연합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나사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우주 개발에 돌입한다. 나사를 중심으로 미국은 달 표면을 밟았고, 우주 정거장을 만들어 수많은 실험을 진행했다. 책은 영광의 기억뿐 아니라 숱한 좌절과 실패의 역사도 가감 없이 기록한다. 지상 시험 도중 우주비행사 3인이 질식사한 아폴로 1호의 비극이나 각각 7명이 희생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와 컬럼비아호 참사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에도 ‘인간’을 살피는 신중함과 겸허함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던진다. 우주 강국의 문턱에 선 우리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만한 책이다.

◇백과사전식 교양서-미션 투 더 문(로드 파일, 영진닷컴)=“한 인간에겐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커다란 도약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첫발을 디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말이다. ‘미션 투 더 문’은 1969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이 달에 보낸 9개 우주선의 여정을 다양한 도판과 그래픽을 활용해 백과사전처럼 엮었다. 흥미로운 것은 무료 앱을 내려받으면 당시 달 착륙선의 실제 모습과 미지의 공간에서 고군분투한 인간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폴로 11호 발사 과정을 비롯해 우주비행사가 달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장면, 기기 고장으로 착륙에 실패한 뒤 지구로 귀환한 아폴로 13호 승무원의 음성 메시지 등이 담겼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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