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져가는 쿠팡 노동자들[오늘을 생각한다]

입력 2022. 8. 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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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미션은 사람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데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대규모 현금 고갈’ 전략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물류·금융업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늘려 안정적 성장 궤도에 오르려 한다. 소프트뱅크는 두차례에 걸쳐 3조3000억원을 투자했고, 쿠팡은 이 돈을 마구 태워 시장 장악력을 높여왔다. 작년까지 누적적자만 6조원에 이른다. 사실 쿠팡의 매출성장 바탕에는 노동착취가 있다. 물류혁신이란 것은 늦은밤 두 번의 클릭만으로 상품을 구매해도 다음날 아침이면 집 앞에 도착해 있는 신세계를 경험케 했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면 소비패턴도 변한다. 문제는 그 신세계가 물류센터의 야간노동과 쉴 새 없는 배달노동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물류센터 돌연사 소식만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불행히도 쿠팡의 현금 고갈 전략 역시 낭떠러지로 치닫는 듯하다. 지난해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소프트뱅크는 정확히 3조3000억원어치 지분을 매각했다. 2021년 쿠팡은 1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는데, 이 추세가 지속되면 쿠팡의 현금은 완전히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쿠팡은 물류센터를 늘리고 있다. 이미 170개 물류센터가 있고, 앞으로도 계속 추가할 예정이다. 전국을 ‘쿠세권’으로 만들어 시장을 지배하면, 마침내 흑자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물류센터들은 졸속 건설됐다. 최근 열대야와 폭염이 이어진다. 야간노동이 지배하는 전국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도 찌는 더위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밤 10시가 돼도 실내기온이 33도를 넘는다. 노동자들은 마감을 향해 더 빠르게, 멈추지 않고 집품·포장·분류를 반복해야 한다. 급기야 7월에만 3명의 노동자가 온열 질환 증세를 보이다 병원에 이송됐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폭염 대책, 휴게시간 보장, 노조 활동으로 인한 해고자 복직,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물류센터 내에 산업용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라는 핑계만 댄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교수도 “국내 대형 물류센터는 개방형 구조여서 에어컨 설치가 구조적으로 어렵고, 효율도 낮다”며 거들었다.

노동자들의 요구가 과도할까? 온종일 에어컨을 쐴 수 있는 사람들이야 그럴지도 모르겠다. 진짜 문제는 일하는 사람들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적은 돈으로, 최대한 빠르게 물류센터를 지어온 쿠팡 자본의 노동착취 전략에 있지, 무더위에 쓰러지는 노동자들의 ‘과도한’ 요구에 있지 않다. 최소한 안전공학 전문가라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물류센터 설계 자체를 비판해야 하지, 구조상 설치가 어렵다는 공염불만 외워선 안 된다. 혹시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라면 모를까. 시장 장악을 위한 쿠팡의 노정이 물류센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그깟 로켓배송 며칠 늦어도 좋다. 노동자들이 쿠팡 물류를 멈추고 일터를 바꿔나가길 응원한다. 우리의 삶은 억만장자 김범석과 손 마사요시(손정의)의 삶만큼이나 소중하니까.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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