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의 놀이처럼[문화프리뷰]

2022. 8. 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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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여가가 많아지는 현대 도시인을 위해 대중 친화적인 전시를 다양하게 열어놓는다. 코로나19로 일상의 피로가 가중될수록 교육프로그램을 통한 치유와 체험을 위한 전시가 많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미술관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는 사회적 변수가 많을수록 미술관의 안과 밖 그 사이에서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소통을 위한 연구를 선행해야 한다. 그중 우선시되는 것이 작품에 대한 분석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작품 탄생의 1차 장소인 창작스튜디오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니엘 뷔렌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 김옥렬 제공


작업실에 특별히 주목한 작가 다니엘 뷔렌(Daniel Buren)의 ‘작업실의 기능’은 그가 30대 초반에 썼다. 그는 이 글에서 첫째는 작품이 탄생하는 곳이고, 둘째는 개인적인 장소, 즉 상아탑(속세를 떠나 작업에 몰두하는 공간)이라는 점, 셋째는 운반 가능한 작품이 생산되는 고정된 장소로서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과 주변 상황, 한계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공간이 바로 작가의 작업실이라고 했다. 또 작품은 그것이 태어난 작업실로부터 점차 멀어지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지만, 만약 작품이 작업실에 남아 있다면 굶어죽을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 예술가이고, 그렇기에 예술작품은 미술관에서 대중과 만날 때 비로소 존재한다고 했다.

이후 꾸준한 활동으로 제도비판 미술을 통해 세계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다니엘 뷔렌은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설치예술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삶을 확장해가고 있다. 이런 그의 대규모 전시 중 하나인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이 대구미술관에서 내년 1월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 전시에 대해 작가는 “나에게 아이들의 그림은 순수하고 천진하지만, 한편으론 엄청나게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계산된 느낌을 주지 않고, 또 잘난 체한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이는 대다수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리는 어린이의 선천적인 복합성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출신의 작가인 다니엘 뷔렌의 작품, 라틴어로 ‘제자리에’ 혹은 ‘본래의 장소’라는 뜻을 가진 ‘인-시튜(In-Situ)’는 벽을 중심으로 기하학적 모양의 거울과 플렉시글라스 등을 설치해 사물을 비추는 각도와 색이 조합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작품과 감상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 이 설치작업을 비롯해 색과 빛, 공간과 작품, 작품과 감상의 위치에 따라 보고 감각하는 관계 속에서 시각적 순환과 체험이 가능하도록 이번 전시를 꾸몄다.

어린아이가 별을 친구로 생각하고, 꽃잎에 맺힌 이슬을 그 꽃이 흘린 눈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이는 어린아이가 사물을 체득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정작용(移情作用)을 할 수 없어지고 자아와 사물과의 거리가 멀어진다. 실제적인 것과 상상적인 것 사이의 틈도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삶에 대한 흥미도 사랑도 삭막해진다. 인간이 무한을 추구하고 어린아이가 놀이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처럼 놀이와 예술은 현실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예술을 통해 자아와 사물의 거리를 좁힐 수 있고, 동시에 인생을 깊이 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과 예술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넓고 높은 공간에 가득 차거나 텅 빈 듯 작품과 작품 사이, 나 혹은 너를 비추는 고도의 놀이로 작용하는 전시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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