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이뤄주는 서랍, 그런데..[만화로 본 세상]

2022. 8. 1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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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의 마법서랍
랑또 작가의 〈니나의 마법서랍〉은 널리 알려진 〈천일야화〉 에피소드 중 ‘알라딘의 요술램프’의 현대적 각색이다. 카드에 쓰기만 하면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서랍이 주인공 니나의 손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 그리고 당연하게 러브스토리가 담겨 있다. 예상하다시피 소원을 빈다고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랑또 작가의 웹툰 <니나의 마법서랍> 한 장면 / 네이버웹툰


〈니나의 마법서랍〉의 탁월함은 설정에서 시작한다. 이 마법서랍은 램프의 지니와는 다르게 현실세계의 어떤 것을 바꿔주지는 않는다. ‘취업하게 해줘’라고 쓰면 현실에서 복제한 서랍 속 세계의 회사에 취업하는 식이다. 회사 밖을 나서면 아무것도 없다. 결국 마지막 카드 한장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게 해줘’가 되는데, 서랍 속의 세상은 현실보다 두 배 빠르게 시간이 흐른다. 이런 페널티가 〈니나의 마법서랍〉을 꿈꾸는 독자에게 깊은 고민을 요구한다. 당연히 그렇게 쉬울 리가 없지.

소원을 이뤄주는 이런 서랍이 있다면 누구나 갖고 싶을 것이다. 〈니나의 마법서랍〉을 읽어가는 독자들은 각자 어떤 소원을 적을지 생각해보고, 자신에게 이런 기회가 온다면 충분히 좋은 방식으로 활용하리라 믿고 다짐할 것이다. 집 한채, 아니 아파트 한채만 있다면, 이왕이면 비싼 자동차도, 그리고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고, 마음껏 쇼핑하고, 그다음에는 내 주위의 모든 병에 걸린 사람들이 완치될 수 있게 빌고, 이왕이면 어려운 사람들도 돕고…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작품 속 니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혹은 이번만 같은 마음은 쉽게 반복된다. 인간의 의지는 그리 강인하지 못하다. 그렇기에 유혹에 빠지고, 결국 후회한다. 〈니나의 마법서랍〉을 끝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제 쉽게 이 서랍을 차지하진 못할 것이다.

〈니나의 마법서랍〉에서 소원이 이뤄지는 방식은 마치 우리의 가상현실체험과 비슷하다. 이미 익숙한 세상이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리되고 선택된 자기 삶을 전시하고 과시한다. 많은 곳에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돋보이기 위해 치장한다.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 자신이 선택한 직업과 신분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그동안은 마치 마법서랍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일 것이다. 이것이 현실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작은 마법서랍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니나의 마법서랍〉이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연출과 이미지 역시 매우 뛰어나 감탄을 이어가며 읽었다. 하나의 불만이 있는데, 작품이 끝난 후 작가가 남긴 후기가 그랬다. 이것을 읽고 조금 힘이 빠졌다. 작가의 의도와 설정을 너무 친절하게 남겨놓아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조금 납작하게 만들어버렸다. 물론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다. 그게 오답은 아니다. 작가의 후기 역시 그런 의견교환을 닫으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기를 읽고 나면 다른 상상에 무디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 아니 속으로는 아주 안타깝다.

〈니나의 마법서랍〉을 아직 읽지 않은 예비 독자가 있다면, 마지막 화까지 천천히 음미하고, 후기는 아주 나중에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황순욱 초영세 만화플랫폼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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