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떠나는 이유[편집실에서]

2022. 8. 1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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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연패. 스포츠 뉴스를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삼성의 허삼영 감독이 최근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합니다. 이길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는 게 승부세계의 본질이라지만 ‘명문’ 구단 삼성의 창단 이래 최다 연패 기록이라니 한참 동안 시선이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요. “부상자가 속출하는 과정에서도 특정 선수만 고집하면서 이들의 피로도가 쌓였고, 새로운 선수들의 발굴은 요원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구단 운영의 최고 사령탑인 허 감독의 실책을 지적하는 한 기사에서 발견한 문구입니다. 세세한 내막까진 알 수 없지만,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시즌 중에 좀처럼 감독을 바꾸지 않는(무려 25년 만의 일이라지요) 삼성 구단에서 감독대행 체제가 탄생했을까요. 허 전 감독 자신을 비롯해 선수들이 겪어야 했을 노심초사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은 갑니다.

공교롭게도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시기 여당의 최고 사령탑인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이 사의를 표명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잇단 실수가 쌓여오던 차에 ‘대통령과 (사적으로) 주고받은 문자 유출’이라는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책임공방과 내분이 극한으로 치달았고, 국민의힘은 끝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20%대까지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도 비상입니다. 각종 비선 의혹에, 말실수, ‘윤핵관’의 득세, 소통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아니면 말고’식 교육부 장관의 업무보고, 행안부 장관을 앞세운 밀어붙이기식 경찰국 신설 논란까지 악재가 하루가 멀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모든 사태의 최종 컨트롤타워이자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일단 휴가를 떠났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 복귀 후 대대적 인사, 깜짝 정책 발표 등을 통해 분위기 쇄신 및 국정과제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려 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당장 8·15 경축사에 담길 내용이 궁금합니다. 취임 100일을 맞는 시점이기도 하고요. 취임사에서는 ‘반지성주의’라는 다소 난해한 용어를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정작 대국민 메시지는 뚜렷이 기억나는 게 없다는 지적이 많았죠. 이번에는 대중과 눈높이를 맞춘 정확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백마디 말보다 취임 후 처음 단행할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의 면면을 보면 향후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기조가 고스란히 드러나리란 전망도 나옵니다.

재충전, 많은 이가 휴가를 떠나는 이유입니다. 심기일전, 많은 기관이 조직개편이나 책임자 교체를 단행하는 배경입니다. 박진만 감독대행 체제하에서 삼성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은 면모를 일신하고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까요. 오는 8월 하순이면 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새 당대표가 탄생하게 될 더불어민주당까지 포함해 혼란과 진통이 푹푹 찌는 대한민국의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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