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파도의 일과

여론독자부 2022. 8. 10.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싸르락 싸르락, 명사십리 모래를 밟으러 갈 때야 맨발이 제격이죠.

해진 러닝에 속곳 춤이라도 흉볼 사람 아무도 없죠.

하지만 날카로운 절벽을 깎으러 나가실 때에도 맨발이라니요.

날마다 부서져야 사는 당신, 누가 현관 앞에서 전송할까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

- 정수자

청이 딱히 없어도 맨발로 내닫는 건

바람과 손잡은 파도의 오랜 비밀

푸르른 등을 미는데 흰 속곳 춤이라니!

더러는 하품이고 거품뿐인 일과라도

바위야 부서져라 껴안고 굴러 보듯

필생의 운필을 찾아 눈썹이 세었다고

파도의 투신으로 해안선이 완성되듯

모래를 짓씹으며 달리리니 라라라

지면서 매양 칠하는 노을의 화법처럼

싸르락 싸르락, 명사십리 모래를 밟으러 갈 때야 맨발이 제격이죠. 해진 러닝에 속곳 춤이라도 흉볼 사람 아무도 없죠. 하지만 날카로운 절벽을 깎으러 나가실 때에도 맨발이라니요. 날마다 부서져야 사는 당신, 누가 현관 앞에서 전송할까요. 당신은 어찌 극한의 통증을 새하얀 웃음으로 터트리실까요. 바다가 푸른 건 당신의 멍 자국 때문이라는 걸 알죠. 날마다 무너져야 사는 당신, 낮아서 더 낮을 곳 없는 곳에서 쉬셔요. 일마다 수포로 돌아갔다는 당신, 아침 해안에 세운 당신의 제국을 보셔요. 건달 같은 바람과 손잡고 다니지만, 당신의 가슴이 늘 해와 달의 인력으로 부풀었다 꺼지는 걸 나는 알죠.

-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