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국도 소득세 물가연동제 검토해야
물가 상승에 稅부담 가중·형평성 왜곡
부랴부랴 과표구간 조정 발표했지만
특정계층 과도한 혜택 제공 논쟁 계속
美·加처럼 소비자물가연동 고려해볼만
전 세계가 물가 상승에 신음하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채권자에서 채무자에게로 부의 자의적인 재분배를 야기하는 등 여러 가지 경제문제를 일으키기에 정부와 정치권도 인플레이션 고통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겠다며 직장인 식대 비과세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등 각종 정책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물가 상승은 국민들의 세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하고 조세 형평성을 왜곡시키기도 하는데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21일 15년 만에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이 있으면 으레 특정 계층의 득실에 관한 논쟁과 각자의 정치적 관점에서 과표구간 조정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평가가 이어진다. 이러한 장면을 볼 때마다 현재 정부의 재량적인 소득세 과표구간과 공제 금액 조정이 과연 인플레이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대응인지 의문이 든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득세 부담을 증가시키고 소득세 부담의 형평성에 왜곡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의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소득세의 누진 세제와 과표구간이 명목 화폐단위로 표시되는 점에 기인한다. 간단한 예로 10%인 물가 상승률에 맞춰 한 가구의 소득(보다 정확하게는 과세표준)도 10% 상승했다면 이 가구의 실질소득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명목소득이 10% 상승하면서 이 가구의 소득이 더 높은 과표구간에 들어갔다고 하면 이 가구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10% 이상 상승하게 된다. 물가 상승으로 뜻밖에 실질적인 소득세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는 과표구간뿐 아니라 각종 공제액이 명목 화폐단위로 고정돼 있을 때도 발생한다. 지난 15년 동안 과표구간 조정을 방기하던 정부도 최근 물가 상승의 폭이 커지자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올해는 과표구간 조정을 발표했다.
정부가 뒤늦게 과표구간과 식대 같은 일부 공제 금액을 조정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항상 발표 후에는 특정 계층이 과도한 혜택 또는 손해를 봤다는 논쟁이 잇따른다. 이러한 논쟁을 보면 정부의 재량적인 과표구간과 공제 금액 조정에서 조세 형평성은 충분히 고려됐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같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은 현재 정부의 재량적인 과표구간과 각종 공제 금액 조정이 물가에 완벽하게 연동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과표구간 조정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 물가 상승이 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재량적인 과표구간 조정이 있게 되면 기존의 과표구간 경계에 있던 사람들은 세 부담이 완화될 수 있지만, 이는 다른 사람들의 상대적인 세 부담 증가를 의미해 조세 형평성의 왜곡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의 재량적인 제도하에서 국민들은 정부의 과표구간 조정이 언제, 얼마나 이뤄질지 미리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언제나 직면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소득세 부담의 증가, 형평성 왜곡과 불확실성을 해결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기 위해 미국·캐나다·뉴질랜드 등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고려해볼 만하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소득세의 과표구간과 각종 공제의 기준 금액을 소비자물가지수 등의 물가 수준에 연동하는 제도다. 소득세 물가연동제하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명목소득이 상승할 때 과표구간과 각종 공제의 기준 금액도 함께 같은 비율로 조정되기 때문에 물가 상승으로 예상치 못한 소득세 부담의 증가 또는 형평성의 왜곡이 없다. 또한 물가지수에 소득 세제가 연동되는 것을 미리 준칙(rule)으로 정해 시행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 시 높아지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미국·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도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때 인플레이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이러한 제도를 도입했다는 과거 경험에 비춰 한국도 물가 상승이 큰 관심사가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고려해볼 만한 제도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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