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생각할 나이, '다시 시작' 버튼을 눌렀다

김은지 기자 2022. 8. 10.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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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 살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각국의 해외 특파원과 구글을 연결하는 일을 주로 한다.

이제 은퇴 후 무엇을 하고 퇴직금을 어떻게 쓸지 생각해야 하는 나이에, 왜 앞일을 가늠하기 힘든 모험을 하느냐는 걱정이 줄을 이었다.

한국의 평균 은퇴 나이가 49.3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리 있는 노파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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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구

반백 살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심지어 외국 생활을 동반하는 결정이었다. 기존 직급보다 낮은 채용 공고를 접했지만 지레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채용 매니저와 상의했다. 역할을 기존 공고보다 넓히자는 그의 제안을 회사가 받아들였다. 그리고 한달 후 가족·친구 없이 혈혈단신으로 다시 출발했다. 그야말로 ‘리셋(reset)’ 버튼을 누르는 도전을 흔히 지천명이라 불리는 쉰이 되던 해인 2019년 감행했다.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팀 총괄 임원(전무)이던 정김경숙(53)은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로 자리를 옮겼다. 수십 명을 이끌다가 1인 신생 팀을 맡게 되었다. 이름하여,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의 인터내셔널 리에종·스토리텔링 디렉터. 각국의 해외 특파원과 구글을 연결하는 일을 주로 한다.

중년의 대기업 임원이라면 쉽게 하지 않았을 결정을 한 셈이다. 주변에서도 말렸다. 이제 은퇴 후 무엇을 하고 퇴직금을 어떻게 쓸지 생각해야 하는 나이에, 왜 앞일을 가늠하기 힘든 모험을 하느냐는 걱정이 줄을 이었다. 한국의 평균 은퇴 나이가 49.3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리 있는 노파심이었다.

그는 저질렀다. 믿는 건 체력이었다. 체력이 몸과 마음의 코어근육에 가장 중요하다고 정김경숙 디렉터는 생각한다. 체력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체력에서 친절함이 나오고, 체력에서 모든 것이 나온다는 사실은 30년간의 직장 생활 끝에 그가 깨우친 바다. 체력의 비결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오전·오후 2시간가량 달린다. 마흔이 되던 해에는 검도를 처음 배웠다. 경기 때마다 전광석화로 졌지만 버티면서 10년 넘게 수련했다. 어느새 검도 4단 사범이 되었다. 평생 물을 무서워하며 수영을 피해 다녔다. 쉰한 살에 접한 실리콘밸리의 구글 캠퍼스 수영장에서부터 물 공포증을 조금씩 극복하고 있다.

이쯤 되면 타고나길 열정적이고, 체력이 좋고, 영어를 잘하는, ‘나와는 다른’ 별종의 성공 이야기가 아닐까 의심이 들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이 트리플A형보다도 더 소심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반장은커녕 줄반장도 못 해봤고, 토종 한국인으로 자라 아직까지 영어가 어렵다고. 지금도 구글에서 영어로 회의를 하면 다 알아듣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럴 땐 주변에 물어보고 그만큼 영어 공부를 한다고 덧붙였다. 정김경숙 디렉터는 일이든, 공부든, 운동이든 “뭘 그렇게까지 해?”라는 말에 매번 맞섰다. 마음이 기울고 시선이 가는 쪽으로 최선을 다하다 보니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그런 기록을 최근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라는 책으로 펴냈다. 부제는 ‘50대 구글 디렉터의 지치지 않고 인생을 키우는 기술’이다. 책의 핵심 키워드는 ‘꾸준함’이다. 그리고 연대, 특히 여성 연대의 소중함도 책을 읽다 보면 느낄 수 있다.

인생 중반부를 넘어선 이의 계속되는 성장기가 낯설지만 재미있다. 사회 초년생, 워킹맘으로서의 정김경숙 디렉터의 경험을 풀어내 실용서 구실도 한다. 책의 수익금은 그가 구글코리아에 재직 중이던 때 지원했던 국내 유일 성소수자 청소년 위기지원센터 ‘띵동’에 전액 기부된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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