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를 만드는 기업들] (16) 항공기 몸체 만들던 중소기업, 누리호 몸체도 만들었다

사천=고재원 기자 2022. 8.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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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 후방동체·탱크연결부 개발한 에스앤케이항공.."두뇌 역할은 항우연, 제작 기술은 우리"
지난 6월 21일 2차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발사 장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개발 때 동반자, 파트너 역할을 톡톡히 해줬습니다. 우주를 모르던 우리를 이끌어줬습니다.”

지난 6월 경남 사천 소재 에스앤케이항공에서 만난 최중열 기술연구소장은 “두뇌 역할은 항우연이, 제작 역할은 우리가 맡으며 누리호 발사 성공이라는 성과를 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업 간 협력의 모범사례로 제시해도 될 만큼 서로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에스앤케이항공은 2005년 설립한 항공우주기업으로 주로 항공기용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유럽 항공우주기업 에어버스의 항공기 'A320' 날개 부품을 주력으로 한다.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의 항공기 'G280' 동체나 미국 보잉의 항공기 767 구조물 등도 제작한다. 지난 2월 기준 사원수가 232명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약 189억원이다. 

이 중 우주 관련 매출액은 약 50억원 정도다. 지난 2015년부터 우주 사업에 뛰어들어 누리호 개발과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우주기업과의 사업도 진행했다. 최 소장은 “항우연에서 연락이 와 누리호 개발사업 참여를 권유했다”며 “개인적으로 과거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서 일할 때 액체추진과학로켓 ‘KSR-3’ 개발에 참여한 경력을 살려 우주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에스앤케이항공은 누리호 사업에서 1단 후방동체와 탱크 연결부 등의 개발을 맡았다. 에스앤케이항공 제공

누리호 개발 사업에서 에스앤케이항공이 개발을 맡은 것은 1단 후방동체와 1단 탱크 연결부, 2단 엔진 지지부, 2단 탱크연결부, 3단 엔진 지지부 등 총 7개다. 최 소장은 “1~3단 개발에 모두 참여를 한 것”이라며 “우주발사체 구조물이 항공기와 어느 정도 유사하기 때문에 그간의 경험을 살려 누리호 동체나 탱크 개발 등에 나섰고, 설계나 모델링 등은 항우연에서 맡아 일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협력을 통해 만들어낸 누리호는 2차 시도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첫 발사에서는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목표 궤도인 700km에서 초속 7.5km의 속도로 모형위성을 투입하는데 실패했지만 지난 6월 2차 발사 때는 누리호가 700km 상공에서 초속 7.5km 속도로 성능검증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하는 데 성공했다. 에스앤케이항공이 개발을 맡은 부분은 1차와 2차 발사 때 모두 문제없이 성능이 검증됐다. 

최 소장은 “이번 누리호 사업 같은 사례가 늘어야 중소기업도 우주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리호 개발사업처럼 항우연이 설계나 모델링 등 두뇌 역할을 하고 제작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제작에 나서는 형태의 사업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중소기업 입장에선 국내 우주산업에 참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중열(왼쪽에서 다섯번째) 에스앤케이항공 기술연구소장과 에스앤케이항공 소속 직원들. 사천=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인력 문제가 가장 크다. 최 소장은 “우스갯소리로 판교가 석박사급 인력들을 모두 빨아들이고, 대전까지는 인력들이 내려와도 경남 사천까지는 내려오지 않는다고 한다”며 “사천에서 가장 큰 항공우주기업 중 하나인 KAI조차 인재 영입에 고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누리호 같은 모델이 가장 현실적인 우주산업 양성책”이라 덧붙였다. 

경남 사천에는 우주개발 정책 중추 역할을 할 항공우주청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설립을 준비 중이다. 최 소장은 “항우청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산업계 관계자 입장에서 설립에 대한 말만 무성하고, 실질적으로 항우청이 무엇을 할지 어떻게 우주 산업의 방향을 제시할 것인지 등과 같은 내용이 없다는 쓴소리다.

에스앤케이항공은 지속해 우주산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누리호 고도화 사업이나 누리호를 이을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팀과 협력해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기체 제작에도 적용해 기체 줄이는 연구도 진행하는 등 제작 기술 향상도 이어간다.  최 소장은 “미래를 바라보고 우주사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또 다른 협력 모범사례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사천=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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