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든‧서브룩‧듀란트, 방황하는 OKC출신 3인방

김종수 2022. 8. 10.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전신격인 시애틀 슈퍼소닉스는 명문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매니아층이 많은 팀이었다. 1967년 창단한 이래 파이널 우승 1회, 컨퍼런스 우승 3회, 디비전 우승 6회의 실적을 올렸다. 국내 팬들에게는 1990년대 중반 게리 페이튼, 숀 켐프 콤비를 필두로 데틀레프 슈렘프, 샘 퍼킨스 등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던 시절이 유명하다.


1995~96시즌 마이클 조던이 이끌던 정규시즌 72승의 시카고 불스와 벌였던 파이널 명승부는 지금까지도 회자 될 정도다. 3차전 이후 조던의 전담마크맨을 자청하며 남은 시리즈 내내 끈질기게 괴롭혔던 수비 장군 페이튼, 무지막지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인사이드에서 한 마리 짐승처럼 날뛰었던 켐프 거기에 좋은 사이즈에 센스까지 겸비했던 슈렘프는 찬스 때마다 정확도 높은 슛을 연신 꽂아댔다. 양팀 다 골밑보다 가드, 윙자원이 강했던 팀인지라 공수에서 빠른 템포로 치고받는 이른바 ‘맞불’이 장관이었다.


이후 2008년 창단한 오클라호마시티는 컨퍼런스 우승 1회, 디비전 우승 5회 등 짧은 역사에 비해 만만치 않은 성적을 올렸다. 2011~12시즌 비록 르브론 제임스가 이끌던 슈퍼팀 마이애미 히트에게 패하며 파이널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댈러스 매버릭스, LA 레이커스, 샌안토니오 스퍼스 등 기존 서부 강호들을 줄줄이 격파하며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팬들과 관계자들은 비록 젊은 팀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마이애미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이후 오클라호마시티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당시 팀을 이끌던 주역들이 다름아닌 케빈 듀란트(34‧208cm), 러셀 웨스트브룩(34‧191cm), 제임스 하든(33‧196cm)이었기 때문이다.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은 시애틀 시절 지명받았던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유산같은 존재였고 하든은 창단 최초 드래프티였다. 이후 셋은 모두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는데 한팀에서 이 정도까지 대단한 선수들이 줄지어 나오는 경우는 NBA 역사를 통틀어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시카고 불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드래프트를 통해 팀내 핵심 자원이 만들어지면 팀은 자연스레 강해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드래프트에서 이 정도 자원들을 뽑아놓고도 왕조는 커녕 파이널 우승 한번 차지하지 못한 부분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충분히 팀에 남을 의사를 보였음에도 최고의 재능 하든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구단의 실책, 프랜차이즈로서의 성장보다 경쟁팀으로가서 우승을 택한 듀란트의 아쉬운 행보 등 이유를 꼽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웨스트브룩이 셋 중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우승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서로간 플레이스타일상 셋이 모두 팀에 남았어도 제대로 조화가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1차 3연패 당시 프랜차이즈 3인방 조던, 피펜, 그랜트와 골든스테이트의 심장으로 불리는 커리, 탐슨, 그린은 제각각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그만큼 서로간 장단점을 전략적으로 맞추기 용이했다. 반면 웨스트브룩과 하든은 포지션도 비슷하거니와 자신이 주도적으로 볼을 소유해서 플레이할 때 흥이 나는 유형이라는 점에서 전성기를 함께 보냈다면 서로를 죽이는 플레이를 하는 것을 비롯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을 공산도 크다. 그나마 듀란트가 볼 없는 움직임까지 가능한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그 역시 태생적으로 에이스 본능이 들끓는 선수인지라 둘 사이에서 마냥 양보만 하려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찌보면 비슷한 나이대의 역대급 선수 3명이 줄줄이 팀에 들어온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하필이면 본인 중심의 플레이를 즐기는 유형이었다는 점도 안타깝다. 어차피 전성기에 접어드는 시점에서는 함께 하기 어려운 구성이었을지도 모른다. 셋 중에 리더가 정해지고 조금씩 팀을 위해 양보하거나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감독이 이들을 휘어잡아 팀을 이끌어간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일뿐이다.


정규리그 MVP 수상자 출신들답게 셋은 제각각 리그를 호령하며 후대에도 남을 확실한 임팩트와 커리어를 만들어냈다. 가장 성공한 이는 역시 듀란트다. 셋 중에 유일하게 우승 반지를 껴보았으며 그 과정에서 파이널 MVP 2회 타이틀까지 품에 안았다. 득점왕 4회 등 이전까지 개인 기록은 남부럽지 않았지만 우승 경력에서 아쉬움이 남은 상태에서 그 부분의 빈자리를 채우며 선수로서의 커리어가 훌쩍 올라갔다는 평가다.


듀란트 만큼은 아니지만 하든과 웨스트브룩 또한 개인 커리어 만큼은 두둑하게 쌓았다. 하든은 2012년 식스맨상을 필두로 정규시즌 MVP, 득점왕 3회, 어시스트왕 1회 등 리그를 대표하는 가드 중 한명으로서 맹위를 떨쳤다. 운동능력은 탁월하지 않지만 특유의 리듬을 통해 수비를 교란시키며 자유자재로 슛과 돌파를 성공시키는 모습을 통해 ‘득점 도사’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한창 기량이 좋을 때는 조던과 비교될 정도였다.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만큼 위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떠나기는 했지만 3인중 가장 마지막까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활약을 이어갔던 웨스트브룩은 듀란트, 하든과 비교하면 커리어, 선수평가 등에서 다소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트리플더블이라는 엄청난 무기가 있다. 다재다능의 상징 트리플더블은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블록슛, 스틸 등 세 부분에서 두자릿수 성적을 동시에 세워야 나올 수 있는 기록이다.


높이 난이도 만큼이나 선수 생활 내내 한번도 못한 이들도 부지기수다. 웨스트브룩은 이러한 트리플더블을 시즌 평균으로 만들어낸 괴물이다. 그것도 무려 4번이나 된다. 통산 최다 트리플더블 작성 기록도 가지고 있다. 커리하면 외곽슛이 연상되듯 웨스트브룩하면 트리플더블이 자연스레 떠오를 정도다. 워낙 혼자 이것저것 다하는 플레이 스타일상 억지로 만들어진 부분도 크며 팀 성적과의 연관성에 대한 혹평도 있으나 그러한 부분을 감안한다 해도 엄청난 기록임은 분명하다.


아쉽게도 위 3인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에 비해 다소 아쉬운 현재를 보내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골든스테이트의 영웅으로 취급받는 커리, 탐슨, 그린과 달리 팀을 여러차례 옮겨다니며 방황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올 시즌 중반까지 브루클린에서 함께 뛰었던 듀란트와 하든은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내며 우승을 만들어냈을 경우 오클라호마시티 시절의 아쉬움까지 털어냈을 것이 분명하다. 외려 그 시절은 그들의 우승 신화를 빛내는 일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든은 카이리 어빙과의 코트 안팎에서의 엇박자로 인해 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듀란트와의 인연도 끝나고 만다. 새로운 팀 필라델피아에서 조엘 엠비드라는 강력한 젊은 빅맨과 함께 하게 됐으나 본인의 기량이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 상태인지라 숙원인 우승 갈증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든과 어빙의 갈등 사이에서 어떤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리더십 부재에 시달렸던 듀란트는 시즌 종료 후 구단에 억지성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또다시 팬들을 실망시켰다. ‘무엇인가를 스스로 할 줄 모른다. 골든스테이트 시절의 2회 우승 역시 팀의 도움을 많이 받은 케이스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기량적인 부분에서야 이견의 여지가 없겠지만 커리어에서의 중량감은 커리, 아데토쿤보 등 경쟁자들과 비교해 확연히 밀려버리게 된 것이 사실이다. 워낙 대어급 선수인지라 트레이드마저도 쉽지 않은 가운데 브루클린을 흔드는 원흉 중 한명으로 지탄받고 있는 분위기다.


웨스트브룩은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하든, 듀란트는 다른 부분이 문제였지 기량이나 팀전력에 끼치는 영향력만큼은 여전했다. 반면 웨스트브룩은 4번째 소속팀 레이커스에서 그야말로 계륵 취급을 받고 있다. 연봉대비 공헌도가 낮은지라 구단은 그를 내보내고 싶어하고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팀플레이에 맞추기가 어려운 유형인데다 몸값도 비싼지라 욕심내는 팀들도 적다.


상황이나 타이밍 등만 맞았다면 오클라호마시티 부흥의 주역으로서 지금의 골든스테이트 3인방 이상가는 전설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를 듀란트, 하든, 웨스트브룩…, 그들의 아쉬운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우승, 왕조 등은 본인이 선택한 방향과 하늘의 도움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가능하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