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참사 男배구' 멀어진 파리, 그 너머 세대교체도 불투명.. 봄은 올까[초점]

허행운 기자 입력 2022. 8. 1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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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이미 이 대회 전부터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부활과 명예회복을 위해선 더 먼 곳을 바라봐야하는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이다. 하지만 이번 충격적인 태국 참사는 어쩌면 그 미래가 생각보다도 더 멀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

ⓒ아시아배구연맹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 배구대표팀은 지난 9일 태국 나콘빠톰 시티에서 열린 2022 아시아배구연맹(AVC)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태국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3(25-17, 25-23, 19-25, 23-25, 12-15)으로 역전패했다.

첫 세트를 따낸 한국은 치열했던 2세트에서 3점까지 벌어졌던 열세를 극복한 후, 막판 나경복의 결정적인 블로킹을 앞세워 결국 두 개의 세트를 연달아 손에 쥐었다. 지난 8일 있었던 홍콩(89위)과의 맞대결과 마찬가지로 한국(32위)세계 랭킹이 낮은 태국(52위)을 상대로 예상된 흐름으로 순조롭게 승리를 따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3세트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선수들의 범실이 이어졌고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 상대에게 더이상 먹히지 않았다. 수비도 말을 듣지 않으면서 거짓말처럼 3~4세트를 내줬다.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태국의 분위기가 완전히 살아났다. 적지에서 기세를 잃은 한국은 5세트도 초반 리드를 잡지 못했다. 세트 중반 10-10까지 균형을 맞추긴 했지만 3연속 실점이 쏟아진 끝에 결국 패하고 말았다.

ⓒ아시아배구연맹

이 패배로 한국은 1승 1패를 기록, 태국에 밀린 A조 2위가 됐다. 이제 한국은 예선 2라운드에서 C조 1~2위 일본(9위)과 호주(40위)를 잇따라 만난다. 대표팀은 이 2경기를 모두 승리해야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카자흐스탄 대회 우승 이후 8년 만의 트로피에 도전하는 한국 대표팀 앞에 험난한 길이 놓여지고 말았다.

사실 이 대회는 이미 임도헌 감독이 젊은 선수들을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표팀은 지난달 말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챌린저컵을 3위로 마감하며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파리 올림픽부터 올림픽 출전권 배분 방식이 달라졌다. 조금이라도 세계 랭킹을 끌어올려야 했던 대표팀은 챌린저컵에서 우승을 차지해 상위 대회인 2023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권을 노렸다. 일단 VNL에 나가야 랭킹을 올리기 위한 도전이라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8팀이 참여한 토너먼트 방식의 이 대회에서 호주를 3-2로 꺾으며 4강에 올랐지만 튀르키예에 0-3 셧아웃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이어진 3,4위전에서 체코를 3-2로 꺾으며 유종의 미는 거뒀지만 바라던 우승에 실패했다. 결국 대표팀은 사실상 다가올 파리 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됐다.

ⓒ아시아배구연맹

그렇기 때문에 세대교체는 정말 필수조건이 됐다. 임도헌 감독은 이미 챌린저컵부터 1998~1999년생의 젊은 토종 아포짓 임동혁(대한항공), 허수봉과 리베로 박경민(이상 현대캐피탈),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한국전력)이 한국 배구 간판으로 성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들은 실제로 챌린저컵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또한 이들과 함께 대표팀 최고참 라인인 한선수, 신영석 등이 이끌던 세터, 미들블로커 포지션을 맡아야 할 황택의(KB 손해보험), 박찬웅(한국전력)도 지난 홍콩전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홍콩전 2세트부터 투입된 황택의는 한선수 못지 않은 경기 운영과 장기인 서브에이스까지 살아나며 눈도장을 찍었다. 박찬웅 또한 속공과 블로킹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

이 젊은 세대와 함께 이번 AVC컵 제패를 노렸던 임도헌호다. 우승 트로피만큼 젊은 선수들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성장을 바탕으로 지난 2000년 시드니 이후 오랜 기간 밟지 못한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전날 있었던 태국 참사가 완전히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물론 아직 대회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집중력 부재와 약점 노출로 겪은 충격적인 패배도 결국 이 젊은 황금 세대를 키우는 자양분이었다고 말하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빨리 이 굴욕을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팀에게 다가올 매 경기가 더욱 소중해진 이유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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