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사과산업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비법

2022. 8. 1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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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패는 소리에 놀라 이웃집 개가 짖는다'는 입추가 지났다.

지난해 가을 '농촌살리기현장네트워크'란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인근 9개 지역농협과 함께 '사과 중심의 6차산업 아카데미'란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눈먼 돈을 끌어오는 노력으로 지역과 산업이 처한 위기의 실상을 공유하고 생산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사과 관련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스스로 지역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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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제품·서비스 개발하고
지역과 함께 특화산업 육성때
새 소득원과 일자리 만들어져
관련사업 연계 방안도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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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패는 소리에 놀라 이웃집 개가 짖는다’는 입추가 지났다. 한낮에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 창문을 닫곤 한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해가 지면 달이 뜨는 것이 우주의 운행법칙. 여름에 힘써 가꾸고 가을에 거둬들이는 것처럼 계절이 바뀌는 들판은 개인은 물론 지역과 나라 발전 또한 자강불식(自强不息), 스스로 굳세게 마음먹고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요즘 사과농사가 한창이다. 여름사과는 수확했고 <후지>나 <홍로>도 제법 주먹만 하게 컸다. 겨울의 모진 추위와 봄가뭄, 병해충과 잡초를 이기고 늠름하게 자라는 모습이 여간 대견하지 않다.

사과에는 비타민C·칼륨·유기산·펙틴·폴리페놀 등 기능성 물질이 함유돼 있어 오랫동안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1인당 사과 소비량은 1990∼1995년  연간 15㎏에서 2020년에는 8.1㎏으로 줄었다. 깎아 먹는 불편함과 수입 과일 대체 때문이라지만 생과 위주로 공급해 다양한 용처가 없는 것도 원인이다.

일할 사람은 없고 농자재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니 생산부문도 걱정이 많다. 17만 과수농가 가운데 65세 이상 경영주가 56.4%인 데 반해 40세 미만은 0.7%에 불과하다. 재배면적도 지난해 3만4459㏊로 1995년 5만㏊에서 크게 줄었다. 사과산업의 메카인 경북은 1990년 3만2721㏊에서 지난해 2만955㏊로 감소하고 경기와 강원으로 재배지가 이동하고 있다. 기후온난화로 2030년이면 경북에서 사과 재배가 어려워지고 2060년경엔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판국에 정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한다니 농업계는 비상이다. 경북에선 최근 ‘경북사과산업 생산구조조정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이와 별개로 사과주산지시장군수협의회가 영양에서 가입 추진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사과산업의 장래에 대비한다니 다행이지만 보도를 보면 여전히 생산 위주 대책에 머물고 시·군마다 제각기 별도 사업을 추진하며 대부분 공급자 위주의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경북 북부지역의 가장 큰 자원인 사과를 기초로 소멸위기 농촌을 살리는 방법이 없을까?

결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지역과 연계해 특화산업으로 육성할 때 새로운 소득원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재 사과의 90%는 생과로 소비된다. 껍질째 먹는 사과나 조각사과, 사과즙과 잼, 술·식초·떡·국수·빵·과자 등 음식과 사과 비타민·화장품·꽃잎차 등 기능성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생산농가와 사업가·지역농협이 함께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고 지방소멸위기대응기금과 농촌협약 등을 통해 융복합 사업지구 등 관련 사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지난해 가을 ‘농촌살리기현장네트워크’란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인근 9개 지역농협과 함께 ‘사과 중심의 6차산업 아카데미’란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눈먼 돈을 끌어오는 노력으로 지역과 산업이 처한 위기의 실상을 공유하고 생산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사과 관련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스스로 지역을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당장 급한 일이 산더미 같은데 뜬금없이 무슨 공부냐 하겠지만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서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 ‘잠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걱정만 하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공부하라’는 게 역경을 극복하는 공자의 비결이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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