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제주의 여름 바다를 향하여

2022. 8. 1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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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우리 마음은 잔잔한 바다를 향한다.

그걸 이미 안다는 듯, 1952년생 김보희 화가가 그린 바다에는 '향한다'는 뜻의 'Towards(투워즈)'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제주 바다와 숲을 화폭에 담아낸 그의 작품 전시회가 10월30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작품은 '바다에 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을 때 우리가 기대하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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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희, ‘Towards’, 2013년, 캔버스에 채색, 300x300㎝. 이미지 제공=김보희와 갤러리 바톤

여름이면 우리 마음은 잔잔한 바다를 향한다. 그걸 이미 안다는 듯, 1952년생 김보희 화가가 그린 바다에는 ‘향한다’는 뜻의 ‘Towards(투워즈)’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파란 하늘과 비취색 바다가 맞닿아 있는, 비어 있는 듯하면서도 무한해 더 바랄 것 없이 충만한 그림이다. 김보희는 동양화를 전공한 현대미술가로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의 색을 물감으로 구현한다. 유화 물감 대신 동양화의 채색 방식으로 그려서인지 캔버스 천 위에 올린 물감은 두툼한 기분이 들지 않고 색감이 경쾌하다. 제주 바다와 숲을 화폭에 담아낸 그의 작품 전시회가 10월30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작품은 ‘바다에 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을 때 우리가 기대하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혹시 악천후 때문에 ‘그림 같은’ 바다를 만나지 못한다 해도, 상상 속 그림 같은 바다는 기억 한편을 차지한다. 투워즈는 우리 마음이 향하는 이상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김보희는 최근 몇년간 전시회 때마다 줄을 서서 입장할 만큼 인기를 누리는 화가다. 가로와 세로가 각각 5m가 넘는 작품은 미술관 한쪽 벽면을 전부 차지할 정도로 크다. 작업할 때의 대담함과는 달리 인간으로서 김보희는 여러 사람 앞에 나서기를 수줍어하는 성격이다. 그는 제주도의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야자수나 용설란 같은 아열대식물이 선사하는 싱싱한 초록빛을 사랑한다. 차분하고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생명력을 만끽하는 삶을 작품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추구한다.

2000년대초 제주도가 지금과 달리 야생의 느낌이 강하던 시절, 그는 제주도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당시는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이라 평소에는 서울에서 살고 시간을 쪼개 제주도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정년 퇴임한 후에는 소원대로 대부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다만 미술 애호가들이 그의 작품을 너무나 좋아한 탓에 은퇴한 교수로서가 아니라 활동적인 예술가로서 더 바빠진 일정들을 소화해야 하는 것은 옥에 티다. 행복한 괴로움이라고나 할까. 

작품 앞에 가만히 서 있노라면 어느새 수평의 선에 어지럽게 엉킨 마음의 가닥들을 하나하나 풀어 나란히 줄 맞추게 된다. 그리고 어릴 적 부르던 동요, ‘초록빛 바닷물에 두손을 담그면’의 가사처럼 파란 하늘빛과 비취색 물빛이 마음에 흠뻑 스며드는 것을 체험할 수 있을 테다. 삿된 상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생명력 짙은 자연의 힘이 대신 채워진다는 뜻이다. 마음이 향하는 이상향이란 바로 그런 곳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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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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