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장관의 패배와 원팀의 승리[광화문]
'스타 장관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꺼낸 말로 전 정부부처에 공히 통용되는 말이다. 강골 이미지로 스타가 된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윗선의 지시를 받아적기만 하거나 국회나 언론의 지적에 순응하지만 말고 튀어도 좋으니 창의 행정을 펼치라며 주문한 말일 터다.
효과는 빨랐다. 국회 대정부 질의답변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점거농성,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 등 몇몇 현안에서 장관들은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대통령실도 부처 업무보고에서 사실상 장관 독대로 진행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오롯이 장관이 받도록 배려 아닌 배려를 했다. 물론 대통령은 부처내 전(全) 국실이 업무보고라는 형식에 매달려 시간을 빼앗기지 말라는 배려도 없지는 않았을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았다.
'스타장관 독차지에 대한 욕심 때문인지' 부처간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초등학교 5세 입학 등 중요 현안에서 교육부는 어린이집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교원수급과 관련해 교원단체, 자녀들의 교육에 관심이 큰 학부모 단체 등과 제대로 된 의견 교환도 나누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 업무에서 타부처에서 보기에는 전문가지만 이해가 얽혀있는 현안에서는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장관의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통령실 일부도 스타장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장관 후보군을 노린 때문인지 부처에 뒤질세라 뛰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최저임금 차등적용, 9900원 (무제한) 교통패스 도입 등 대통령실 자체 선별과 심사위원회 판단에 따라 선정한 10가지 국민제안을 두고 10일(7월21 ~ 31일) 동안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제일 많이 표를 얻은 3개를 국정 운영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투표 진행 과정에서 다수의 어뷰징(중복 전송 등)이 나타나 결과적으로 선정도 무산됐다. 투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57만 7000여표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지만 국민제안 10개 모두 추천수가 56만에서 57만 정도로 큰 차이가 나지 않은 것도 수상쩍었다.
제안내용에 대한 설명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는 주로 대기업인 마트업체와 마트 이용자인 국민들 외에도 마트 노동자, 재래시장 상인, 마트에 물건을 공급하는 농수축산업 종사자들과 제조업체 등 이해당사자가 무수하다. 재래시장 입장을 대변하는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영향평가 없이 바로 (의무휴업 폐지를) 강행하면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을 정도다. 하지만 국민 제안 속 내용은 꼭 10글자 뿐이었다.
특정 부처의 창의적 발상은 국정을 이끌어가는 활력소도 되지만 독주(獨走)는 그야말로 독(毒)이 될수도 있다. 사례는 다르지만 최근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이도류로 유명한 오타니 쇼헤이가 솔로홈런 두발을 쏘아올린 경기가 화제가 됐다. 5일 열린 홈경기에서 오타니의 소속팀 LA에인절스는 홈런 7발을 치고도 홈런 2발의 오클랜드에 무릎을 꿇었다. 에인절스의 홈런은 모두 1점짜리였지만 오클랜드는 3안타 2볼넷으로 4점을 냈고 순도높은 2점 짜리 홈런으로 8-7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안타 개수도 오클랜드(8개)가 에인절스(9개)보다 뒤졌지만 팀웍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스타장관을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는 사실 알려지지 않았던 1인치(봉준호 감독의 '1인치 장벽을 넘어서면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언급을 빌자면)가 있었다. "대통령과 스타 장관들이 '원팀이 돼' 국정을 운영하자."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워딩이다. 승부와 무관한 홈런을 펑펑 날리는 스타 못지 않게 원팀의 적시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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