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구멍 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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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비가 내렸다. 비는 주로 한강 유역에 내렸는데, 9일 오후 5시까지 이틀간 서울의 누적 강우량이 453㎜였다. 1907년 기상 관측 시작 이래 115년 만의 최대 폭우였다. 한강 유역 전체 면적(3만5770㎢)에 고르게 300㎜씩 내렸다고 치면, 강우 총량은 107억t에 이른다. 국내 최대인 소양강댐 저수량(29억t)의 3.7배에 달하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하늘에 그런 ‘구름의 호수’가 있다는 것도 경이롭고, 한강이 그런 폭우를 견디고 있는 것도 놀랍다.
▶9일 아침 기준 서울과 경기도 일대, 강원 일부 지역에 호우 경보가 발령됐다. 같은 시각 부산·경남은 폭염 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부산일보의 9일 자 1면 톱기사 제목은 ‘이런 무더위 난생처음…11일째 잠 못 드는 부산’이었다. 대구, 제주에도 폭염 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울릉도·독도는 강풍 주의보, 동해 먼바다엔 풍랑 주의보가 내려졌다. 좁은 땅덩어리에 다채로운 기상 상황이 펼쳐졌다.
▶전국 댐 34곳을 관장하는 기관이 수자원공사다. 수도권에 폭우가 쏟아지던 8일 수자원공사는 전남 순천 주암댐에서 ‘전국 가뭄 대책 점검 회의’를 열고 있었다. 댐 용수 비축과 댐 간 연계 운영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수도권과 남쪽 지방 날씨 사정은 그만큼 판이했다. 섬진강댐은 저수량이 예년 대비 5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번 폭우는 야행성이다. 주로 저녁부터 새벽 사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기상 전문가들 설명으론 ‘하층 제트’ 탓이라고 한다. 원래의 제트기류는 지상 9~12㎞에서 부는 강력한 서풍이다. 하층 제트는 고도 3㎞ 안팎에서 분다. 여름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남쪽에서 뜨겁고 습한 공기를 운반해온다. 낮엔 지면 부근 공기가 데워지면서 상승해 하층 제트의 진로를 방해하지만, 밤엔 지면이 차가워지면서 공기가 가라앉아 하층 제트가 방해 없이 수증기를 다량 공급한다는 것이다.
▶강물이 바싹 말랐을 때와 가득 찼을 때의 유량비(比)를 하상계수라고 한다. 그 수치가 유럽의 라인강, 센강은 10~30배인데 한강은 390배나 된다. 여름에 비가 집중적으로 오는 데다 순식간에 강으로 몰려 바다로 흘러 나가는 지형 탓이다. 그래서 댐을 짓고 보를 운영해 사계절 수위가 큰 차이 없게 관리해야 한다. 우리처럼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나라에선 도시의 배수와 강물의 홍수·가뭄 조절이 국가의 기본 책무다. 폭우가 그걸 다시 깨치게 했다.
한삼희 선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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