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06] 장흥 회진 된장물회

뱃사람들 한 끼 식사가 여행객 밥상에 오르는 경우로 자리물회, 꽁치물회, 한치물회 등이 대표적이다. 포항물회처럼 지역 음식을 넘어 국민 음식으로 자리를 잡은 경우도 있고, 자리물회처럼 여름철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장흥 된장물회도 있다. 장흥 된장물회는 회진 지역 어부들이 어장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었던 것이 출발이다.
회진은 고흥, 보성, 장흥과 접한 득량만의 입구에 있는 어촌 마을이다. 어민들은 득량만에서 철 따라 쑤기미, 서대, 양태, 갑오징어, 갯장어, 전어, 낙지 등을 잡고 있다. 그리고 무산김과 매생이 등 해조류 양식을 하는 어장이다. 회진 지역 어민들이 조업을 하다 허기가 질 때 즐겨 먹었던 식사가 ‘된장물회’다. 고추장으로 만드는 포항물회와 달리 장흥물회는 집 된장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다양한 채소를 넣는 일반 물회와 달리 삭힌 열무김치를 넣는다.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고 여름철에도 변하지 않는 된장과 열무김치를 가지고 나가 어장에서 일을 하다 만들어 먹었던 음식이다.
열무김치는 반드시 미리 담가서 삭혀야 한다. 그렇게 삭힌 열무김치를 송송 썰어서 된장에 무친 후 도다리, 쑤기미, 갯장어, 서대, 양태, 농어 등 그날그날 바다가 내준 물고기를 회로 썰어 넣고 찬물을 부었다. 그리고 담아간 보리밥을 국물에 말아 먹고 조업을 계속했다. 이제 된장물회는 아는 사람에게는 여름철 보양식이고, 출향인에게는 소울푸드가 되었다. 회진포구 뒷골목에서 된장물회를 만들어 파는 집이 한두 집 생겨났다. 어장에서 찬물 부어 먹던 된장물회 대신에 육수를 붓고, 오이, 파, 깨 등을 더해 한껏 멋을 냈다. 하지만 그 속살은 된장과 숙성된 열무다. 다른 물회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실속을 가득 담았다. 겨울철에도 얼음을 동동 띄운 장흥 된장물회를 찾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회진 사람들이 ‘쐐미’, ‘범치’라 부르는 쑤기미를 넣은 된장물회를 최고로 친다. 쑤기미는 살이 단단하고 육질이 쫀득하다. 여름이 깊어 간다. 삼복더위를 장흥 회진 된장물회로 넘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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