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74] 만 5세 입학안의 책임
-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교사의 의무이자 본분은 아이들의 거친 본성을 뿌리 뽑고 욕망을 제어한 뒤 그 자리에 국가가 원하는 차분하고 절제된 이상을 심어 주는 것이다. 교사는 우선 소년의 내면에 들어 있는 거칠고 무질서하고 야만적인 요소들을 부숴 버려야 한다. 그런 다음 그것이 위험한 불꽃으로 타오르지 않도록 불씨까지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밑에서’ 중에서
만 5세 입학안 논란을 장관 교체로 잠재울 모양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 새로운 교육부 장관이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내놓은 정책이다. 선거 공약 사안이 아니었다.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자리라고는 해도 아동 교육과 무관하게 살아온 장관의 소신으로 보기도 어렵다. 다만 과거 여러 정권에서 학제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철회한 적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억은 평생을 좌우한다. 아이의 일 년은 어른의 일 년과 다르다. 공교육의 제도권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사회생활에 적합한 구성원을 길러내도록 훈련받은 사람들 손에 아이를 맡기는 일이다. 그런데 학교 교육을 믿지 못해 초등학생부터 학원이 필수인 시대가 아닌가.
한스는 가족과 이웃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뛰어난 성적으로 입학한다. 그러나 엄격한 규율과 학업 성취만 중시하는 교육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교우 관계도 원만하지 못한 데다 유일하게 마음을 준 친구가 교칙 위반으로 퇴학당하자 더는 버티지 못한다. 학교를 그만둔 한스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패자로 낙인찍히고 스스로도 자존감을 회복할 수 없던 그는 너무 빨리 인생의 마침표를 찍고 만다.
선생님 말을 잘 듣는 꼬마들이다. 입시와 취업을 위해 마련된 틀 안에, 특정 이념에 빠진 교사들이 목청을 높이는 교육 현장 속으로 그들을 더 일찍 밀어 넣어도 될까, 신중하게 검토할 일이다. 그런데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떠나 먼저 결정하고 섣불리 발표하고 뒤늦게 의견을 수렴한 뒤 번복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정치를 위한 정책일 뿐, 백년대계를 고민하지 않았다고 정부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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