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철 칼럼] 尹대통령 '20%대 민심'의 무게 느껴야

박정철 2022. 8. 1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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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석달만에 지지율 반토막
허물과 잘못 국민에 사과하고
인적쇄신으로 국정 정상화를
김여사 잡음도 더는 없어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져 취임 석 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사적 채용 등 인사 난맥, 대통령의 가벼운 처신, 부인 김건희 여사 주변 잡음, 독단적 정책, 여당 내홍 등이 발목을 잡은 결과다. 프로답지 못한 어설픈 국정 운영과 국민 정서를 거스르는 행보가 민심 이반을 부른 셈이다.

여소야대 구도에서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계속되면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져 노동·연금·교육 개혁이 줄줄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정 평가가 더 악화돼 임계점(tipping point)을 넘게 되면 국정 정상화를 위한 회복탄력성(resilience)도 사라질 위험이 크다. 핵심 지지층마저 이탈 조짐을 보이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민심을 수습하려면 냉정하고 정직한 자기 진단이 필수다. 세계 석학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위기의 순간일수록 문제점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위기를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을 수용해야 타개책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8일 휴가 복귀 후 "국민 뜻을 잘 받들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신뢰 회복을 위한 첫걸음은 윤 대통령이 그동안 불통과 오만으로 비친 언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소통과 경청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과는 패자의 변명이 아니라,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을 인정할 줄 아는 진정한 지도자의 언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국정 실책이 불거질 때마다 유체이탈 화법 대신 신속한 사과와 반성으로 난국을 돌파했다. 반면 아이슬란드 최장수 총리인 다비드 오드손 전 총리는 "나라에 가장 좋은 길은 내가 잘 안다"는 절대적 자만에 빠져 지도자가 가져야 할 겸손함(humility)을 잃으면서 몰락했다.

윤 대통령이 '20%대 민심'의 무게를 느낀다면 국정의 3대 축인 대통령실과 내각, 여당의 전면 인적쇄신도 늦춰서는 안 된다. 국민제안 투표 무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의전 홀대 등에서 보듯 지금 여권은 그야말로 무력하고 지리멸렬하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만 5세 취학·외고 폐지 논란으로 사퇴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뜻을 받들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과감한 인사 물갈이에 나서야 한다. 여당 내 평지풍파를 일으킨 윤핵관도 이선으로 물러나야 마땅하다. 검찰·정파·지인 위주의 편협한 인재풀에서 벗어나 인사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입안에 혀처럼 구는 '예스맨'이 아니라 직언을 서슴지 않는 '노맨'이다. 당 태종에게 목숨 걸고 300차례 간언한 위징이나 고려 충선왕의 패륜을 보다 못해 도끼를 옆에 두고 상소를 올린 우탁 같은, 강직한 인사들이 대통령 곁을 지켜야 터널시야(tunnel vision)에서 벗어나 국정 파행을 막을 수 있다. 김 여사를 둘러싼 잡음도 더 나와선 안 된다. 박사학위 논문, 코바나컨텐츠 직원·대학원 동기 대통령실 채용, 대통령관저 공사 수주 등 하루가 멀다하고 문제가 터져 나오는데 이를 방치하면 '정권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공적 사안들이 김 여사의 사적 인연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면 국정 정상화에도 악재다.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을 부활시켜 공적시스템의 보좌와 견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

한미동맹 복원, 민간주도 성장, 부동산시장 안정 등 윤 정부의 국정기조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국민과의 공감 없이 밀어붙이면 반발과 저항을 사게 된다. 문재인 정권이 5년 만에 폭망한 것도 국정 폭주를 일삼은 탓이 크다. 다행히도 아직은 윤 대통령의 시간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겸허한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적쇄신과 국정기조 변화로 새바람을 일으킨다면 국민들도 믿음과 기대감을 되찾고 윤 정부도 '유능한 정부'로 거듭날 수 있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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