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석열 대통령, 아직 늦지 않았다

2022. 8. 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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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일 나는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고언(苦言)'이라는 글을 통해 '대한민국 역사에 또 한 사람의 불행한 대통령이 탄생하지 않도록 부디 국정 운영의 기조와 생각을 바꿔주시기 바란다'는 간곡한 심정을 전한 바 있다. 쓴소리들을 외면한 박 대통령은 결국 우리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이 되었다. 평생 공직자로 살면서 산전수전 다 겪다 보니 어두운 앞날이 예견되고 나라 걱정에 훈수하는 습관이 생겼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취임 100일도 안 된 시점에서 국정 운영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과거 상황들이 오버랩되면서 사회적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지율 추락의 본질은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국정난맥의 책임을 주변 환경 탓으로 돌리거나 조금 시간이 지나면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여름휴가를 보냈다면 이는 큰일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임기 초반에 국정 위기가 초래된 점이다. 대통령께서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통렬한 고민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다면 전화위복의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해법으로 윤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 기조의 대전환을 건의한다. 특히 '대통령관'의 변화와 '인사 혁신' 단행을 촉구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꿈을 이뤄주는 자리인 만큼 국민이 원하는 길, 역사가 바라는 길을 가야 한다.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자기 꿈에 집착하다 보면 인사권이 남용되고 권력의 사유화를 초래한다. 이는 훗날 역사적 심판의 대상이 된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목표가 '역사에 남는 대통령, 박수받고 떠나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지금 윤 대통령에겐 '인사 혁신'이 가장 절실한 과제다. 인사는 만사가 될 수도 있고 망사(亡事)도 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대통령 인사는 후자에 가깝다. 중요한 자리에 심복을 임명해 관리하겠다는 측근 인사는 국정을 멍들게 하고 불행한 대통령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무릇 대통령은 공정 투명한 인사를 통해 모든 공직자를 측근으로 만드는 길을 가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춘 인물들을 널리 찾아 발탁해야 성공할 수 있다.

고위 공직자의 첫 번째 자격요건은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하고 그러기 위해 개인적인 욕구를 절제하는 '선공후사'의 투철한 공직관(public mind)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지금은 변화와 협치의 시대이므로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적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혁신과 소통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아울러 전문성 역시 중요한 자격요건이나 공직관과 혁신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캠퍼스 차원의 지식은 위험하다.

도덕성 검증도 꼭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위기 시에는 윤리보다 국정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혁신적 리더가 요구되지만 그래도 고위 공직이 희화화되지 않고 다음 세대에게 본이 되는 수준의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균형인사를 강조하고 싶다. 지금처럼 검찰 출신이 중요 자리를 거의 독점하거나 국무위원 자리에 광주·전남 출신이 전혀 없는 편중인사가 지속돼서는 결단코 안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국민 모두를 포용하는 대통합의 정치와 모든 지역을 두루 살피는 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역사에 남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용섭 전 광주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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