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새 광화문광장, 화합과 공존의 터전 돼야
시위와 결별.. 모두가 즐기는 '쉼터' 되길
“멋진 도시 숲이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새 광화문광장 개장 하루 전, 필자가 지인으로부터 받은 카톡이다. 새 광화문광장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라는 주제로 몇 해 전 시민 토론회장에서 필자가 ‘공원 같은 광화문광장’의 콘셉트를 제안한 것을 기억해두었던 지인이 새 광화문광장에 대한 첫 느낌을 전해준 것이다.
예측대로였다. 개장 당일부터 주말 내내 광화문광장은 더위를 피해 ‘한글분수’ ‘명량분수’ 등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서울 도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자유로운 광경에 지나는 시민들은 미소로 화답했다. 시민들은 가족 단위로 즐겼다. 또 연인끼리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군데군데 외국인들이 있었다. 새로 심은 5000여그루의 나무 그늘 밑 의자에 앉아 쉬었다. ‘사헌부 문터’ 유구를 비롯해 육조거리의 흔적을 관람했다. 밤에는 해치마당과 세종대왕 동상 뒤편의 미디어글라스, 세종문화회관 벽면 등을 통해 다채롭게 펼쳐진 미디어아트를 감상했다.
1000만 서울시민의 개성이 존중받고, 5000만 국민의 취향이 어우러지며, 80억 지구촌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새 광화문광장의 DNA면 좋겠다. 사실, 이 DNA는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해 첫 삽을 뜬 2009년 이후 자동차만 다닐 수 있던 이곳을 시민들의 보행공간으로, 여가 생활과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쉼터로,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카펫 같은 평등의 광장으로 만드는 긴 여정에 스며들었다.
새 광화문광장을 활용하는 일이 앞으로 더 중요하다.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긴 하다. 왜냐하면,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는 일상의 힘을 국민들은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새 광화문광장에서 뛰노는 어린아이의 발소리와 웃음 소리를 우리는 이미 확인했다. 연인들의 정겨움이 광화문광장에서 싹트는 것을 보았다. 대구, 광주, 청주 등 전국 각지의 어르신과 학생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을 보았다.
새 광화문광장의 활용은 국민의 일상을 보호해주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그래서 새 광화문광장은 다른 한편으로 결별을 의미한다. 인근 주민들이 시위로 몸살을 앓는 것과 결별이다. 해외 관광객의 발걸음을 돌려세우는 귓전을 때리는 확성기와 결별이다.
새 광화문광장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중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광장이 점령당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광화문광장에서 놀고 싶은 아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특권을 가진 사람은 없다. 광화문광장에서 가족들의 정겨움, 연인들의 사랑스러움, 친구들 간 즐거움, 직장인들의 망중한, 어르신들의 편안한 여유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권한을 누가 가지고 있단 말인가?
새 광화문광장은 국민적 역량과 자존감의 상징 공간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세계는 문제투성이지만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과 국민이 만들어온 경제적, 물질적인 눈에 보이는 성장 말고도 인류애와 환경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는 다양한 문화의 힘과 같은 정신적 가치는 광화문광장에서 배양되고, 교류되고 공감되었다. 광화문광장이 국격의 상징인 이유다.
“나무가 잘 자라서 내년 봄에 꽃피면 정말 예쁠 것 같습니다. 바닥도 흙색 보도블록이면 진짜 어디 산에 와 있는 느낌일 것 같습니다.” 필자에게 보내준 지인의 두 번째 카톡처럼, 새 광화문광장을 화합과 공존의 터전으로 활용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하면 될 것 같다.
김찬석 청주대 교수·광고홍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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