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체제 끝, 주호영 비대위원장 첫 일성 "2년 전 절박감·동지애 회복하자"
"탄핵 후 5년 만 정권탈환, 총선참패한 2년 전 생각 못한 기적" 위기감 재무장 호소
"당정 초심잃고 신뢰 위기" 단합·대정부소통·민생·새지도부 준비 역할론
국민의힘 최다선(5선) 일원인 주호영 의원이 9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된 뒤 첫 일성으로 "2년 전 그때의 절박하고 처절한 마음가짐과 자세로 돌아가자"며 "어려웠던 때를 생각하고 집권을 위해 분골쇄신, 고군분투하던 때를 생각하면서 '동지애'를 회복하자"고 말했다. 지난 1년여간 이준석 당 대표 체제에서 보수정당 내홍이 극심한 수준에 달했음을 드러내면서, 2020년 총선 참패 전후의 당내 단합 기조를 되찾자고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당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을 열어 "집권 초기, 국제적으로 열강이 충돌하고 국내적으로 경제상황과 민생이 어려워져 퍼펙트스톰마저 예고되는 이때에 우리는 갈등하고 분열할 자유조차 없다"며 "분열된 조직은 필패다. 수많은 역사가 이를 가르쳐주고 있다. 강성했던 고구려가 왜 망했는지 너무나 잘 알지 않나"라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주 비대위원장의 회견문 발표는 흡사 연설문 발표처럼 강한 어조로 진행됐다. 그는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와 우리 당을 향한 국민들의 질책이 너무나 따갑다. 새 정부가 이륙해 정상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우리의 국정 구상을 제대로 펼쳐 놓기도 전에, 국민들은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며 "우리가 넘어진 이유는 정부 여당이 초심을 잃고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2년 전 암울했던 당시를 돌아보자"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총선 승리로) 180석을 차지한 거대여당은 '의회민주주의고 적법절차고 필요없다'며 우리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우리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의회민주주의 파괴에 저항했다"며 "(21대 전반기) 국회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결연한 의지로 민생에만 집중했다. '코로나 위기탈출 지원 법안 패키지'를 당 1호 법안으로 처리하고, 당시 야당인 우리의 요구로 코로나 백신접종 비용 1조3000억원을 반영했다. 몇 차례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를 위해 국민들과 함께 땀을 흘리기도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 당시 '앞으로 2년 뒤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가 승리한다, 정권을 되찾아 온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은 저를 포함해서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났나. 국민들은 조금씩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줬다. 그리고 2021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우리는 압승했다.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우리 당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우리는 탄핵 이후 5년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기적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주 비대위원장은 "이제 2년 전 그때의 절박하고 처절한 마음가짐과 자세로 돌아가자"며 "'한 발만 더 헛디디면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이렇게 훼손돼선 안 된다'는 비장함으로 재무장하자. 국민들 특히 서민·중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을 내 일처럼 챙긴다는 것을 국민들께 인정받도록 최선을 다 하자"고 당내에 주문했다.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해선 "우리 헌법가치인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튼튼한 안보"라고 언급했다.
비대위 체제 이후 당 운영에 관해 그는 "비대위의 첫째 임무는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속히 수습해 하나되는 당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의힘 당원 동지들"이라며 "이러한 엄중한 때에 갈등하고 분열하는 것은 역사와 국민과 당원들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서로 양보하고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서 조속히 하나된 단합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리자"고 했다.
이어 "다음은 당의 혁신과 변화다. 우리 당에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요소가 있다면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며 "합리적이고 민주적이고 공정한 정당이라면 국민 누구나 참여하고 사랑할 것"이라면서 "기존의 타성과 안일을 버리고 심기일전 분발하자. 마침 당 혁신위원회가 활동 중이기 때문에 좋은 혁신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비대위는 당의 혁신을 적극 추구하고 혁신위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와 민생을 빈틈없이 챙기는 일이다. 즉시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을 제시해 정부를 견인하고 정부가 설익거나 소통이 부족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견제하겠다"며 "당과 정은 협력이 필수이지만 민심의 창구인 당은 정부가 민심과 괴리되는 정책이나 조치를 할 때 이를 과감히 시정할 수 있어야만 당정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다. 우리 비대위는 민심을 전달하고 반영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주 비대위원장은 "마지막은 빠른 시간 안에 정상적인 지도체제를 구축해 당의 리더십을 조기에 안정시키는 일"이라며 "구체적인 향후 일정은 비대위가 구성되면 당원들의 중지를 모아 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매우 엄중한 시기이고 저 역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우리 모두 합심하고 노력하면 다 돌파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사심없이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들의 질책과 응원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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