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학살 피해' 주장, 국내 법정서 첫 증언
[앵커]
2년 전, 한 베트남 여성이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군사작전으로 가족을 잃었다고 주장하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오늘(9일) 피해 여성과, 당시 사건을 목격했다는 증인이 처음으로 한국 법정에 나와 증언했습니다.
석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중부의 작은 마을 '퐁니'에 살던 응우옌티탄 씨는 50년도 넘은 그 날의 기억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응우옌티탄/'학살 사건' 피해자 : "학살로 제 가족 다섯 명을 잃었습니다. 오빠가 중상을 입었고, 저도 배에 총을 맞아 크게 다쳤습니다."]
당시 한국군이 던진 수류탄에 엄마와 언니를 잃고, 자신도 다쳤다며, 2020년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3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재판이 지연되면서, 2년이 훌쩍 지나고서야 법정에 설 수 있었습니다.
재판에는, 당시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는 응우옌득쩌이 씨도 함께 나왔는데, 한국군이 마을 주민을 죽이고 집을 불태우는 장면 등을 지켜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응우옌득쩌이/'학살 사건' 목격자 : "한국군인들이 철수한 후 주민들과 미군, 민병대원들이 함께 마을에 들어가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베트남전 '학살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와 목격자가 국내 법정에 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원고 측은 당시 미군의 감찰보고서를 제시하며 한국 정부가 지금이라도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재성/변호사/응우옌티탄 씨 변호인 : "(감찰보고서에는) 미군 측. 남베트남 민병대, 마을 주민들의 진술서가 담겨있고요,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던 상병이 학살 현장을 사진으로 찍었던 것이 확인됩니다."]
우리 정부는 "당시 주민 학살 사건은 있었지만 한국군이 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또 "협정 상 베트남전의 피해보상 책임은 한국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월남전 참전자회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2년 전에는 "한국군이 해당 마을에 진입한 적 없다" "학살은 거짓 주장이자 명예 훼손" 이라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KBS 뉴스 석혜원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 최하운/영상편집:신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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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원 기자 (hey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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