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했다 하면 주가 급등..'파이'는 그대론데, 나눠 먹는 것이 좋을까[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박동흠 회계사 2022. 8. 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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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회계사

올해는 주식시장에서 주식 1주당 2주 이상의 주식을 배정하는 무상증자가 유행처럼 되어버렸다. 과거에도 보유주식 1주당 신주 1개를 주는 무상증자가 빈번히 있어왔지만 이렇게 2주 이상의 주식을 지급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올해 3월에 상장한 빅 사이즈 여성 온라인 쇼핑몰 기업 ‘공구우먼’은 상장한 지 3개월 만인 6월14일에 주당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주식을 바로 주는 것은 아니고 6월30일에 주주명부에 등재되어 있는 주주에게만 준다.

주식을 받으려면 최소한 6월28일까지는 주식을 매수해서 주주가 되어야 한다. 매수 후 자금 결제, 주주명부 등재 등 절차를 진행하는 데 이틀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6월29일을 권리락 실행일이라고 한다. 배당이나 증자 등 주주 권리를 확보하려면 권리락 실행일 전날까지 주식을 꼭 갖고 있어야 한다.

한편 공구우먼의 주가는 무상증자 결정 공시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찍었다. 그 이후에 급락을 거치다가 권리락 일인 6월29일부터 다시 주가가 불을 뿜으면서 4일 연속 상한가를 갔고 그 이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공교롭게도 산업용 밸브를 제조하는 ‘조광ILI’라는 기업도 6월15일에 주당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그 이후 회사의 주가 흐름은 공구우먼과 비슷하게 전개되었다. 이렇게 주당 여러 개의 주식을 나누어주는 무상증자의 사례는 올해만 10건이 넘는다. 무상증자가 얼마나 대단한 호재이길래 공시만 하면 이렇게 급등하는 것일까. 주식 1주 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6주를 갖게 되었으니 ‘땡잡아서’ 그럴까. 기업 입장에서 무상으로, 즉 공짜로 주식을 발행해서 주주들에게 줬기 때문에 득 되는 것은 사실상 하나도 없다. 주식 수가 많아져서 주주 간 거래가 활성화되면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만 든다.

보통의 증자는 사업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주주들에게 투자금을 받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식을 발행해서 주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유상증자라고 한다. 회사에 현금이 들어오고 자본이 늘어난다.

이에 반해 무상증자는 돈을 받지 않았으니 늘어날 자산도 없다. 자산이 증가하지 않았으니 자본도 늘어날 수 없다. 집안에 자본이 증가하려면 자산이 늘어나야 한다. 소득이 발생하든가, 부모에게 물려받든가 해야 자본이 늘어나듯이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무상증자를 하면 늘어난 주식 수만큼 재무제표상 자본금이 증가하지만 같은 금액만큼 자본잉여금 항목을 줄이기 때문에 자본 총액 변화는 하나도 없다. 또한 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주당 주가도 줄여서 거래한다. 공구우먼도 권리락 전에 8만9900원에 주식 거래를 마쳤기 때문에 그다음 날은 6분의 1인 1만5000원부터 거래가 시작되었다. 주당 9만원에 육박하던 주가가 하루아침에 1만5000원이 되었으니 가격이 싸다는 심리가 발동해서 주가는 다시 급등했을 것이다. 바뀐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숯불에 맛있게 구운 큰 고깃덩어리 하나를 들고 입으로 뜯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먹기 편하게 칼로 6등분 해서 먹는 것이 좋을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대답도 다르겠지만 여기서 변하지 않는 절대 진리는 어떻게 먹든 고기의 양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 대 몇으로 무상증자를 했건 기업가치의 변화가 없었으니 결국 주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렇게 역사는 늘 반복되었다. 힘든 주식시장에서 괜히 뒤늦게 추격매수했다가 낭패 보지 않기를 바란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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