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의 밀월.."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리다"[시스루 피플]

노정연 기자 입력 2022. 8. 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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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중재 나선 '친러'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총리 땐 러-독 가스관 주도
퇴임 후 러 국영회사 이사로
“우크라 크름반도 포기” 언급
친러 행보 국제적 비난에도
최근 사민당 제명은 피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73)의 친러시아 행보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독일 내 대표적인 친러 인사인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재자로 나섰지만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도 러시아 편에 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집권 사회민주당(사민당) 하노버 지부 심사위원회는 당원인 슈뢰더 전 총리에 대한 제명 여부를 표결에 부쳤지만 8일(현지시간) 부결됐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에 대한 침공 전쟁을 정당화한 일은 확인되지 않아 당 규약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자국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으며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를 포기하고, 러시아는 돈바스를 포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의 주요국 전직 지도자가 자신들의 가치에 반하는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니 역겹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에 영토를 내주는 타협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지난 3월에도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났지만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총리 시절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독일의 에너지 의존도를 높여 화를 키웠다는 비난 여론만 커진 상황이다. 그는 지난 4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러시아군이 자행한 민간인 집단학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명령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해 큰 논란을 불렀다.

푸틴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슈뢰더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현실주의적 입장에 선 대표적인 인물이다. 놈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94)도 지난 4월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총리를 지낸 그는 독일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사민당 시대를 연 인물로 노동시장 유연화, 사회복지 혜택 축소, 재정 혁신 등의 야심 찬 개혁 정책을 주도했다. 이라크전 파병을 거부하고 이민자들에게 시민권 확보의 길을 열어주는 등 일부 정책에서 성과를 냈으나 러시아와의 유착 문제는 줄곧 그를 괴롭혔다.

그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1·2 건설을 주도한 인물이다. 2017년부터 푸틴 대통령과 연계된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사장직을 맡아왔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에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이사로 지명되기도 했다. 그가 러시아 기업으로부터 받는 임금은 87만달러(약 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총리 재임 기간 쌓아온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개인 재산을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 5월 슈뢰더 전 총리에게 로스네프트의 이사직을 그만두지 않으면 EU 제재 대상에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독일 사민당과 녹색당, 자유민주당 등 3당은 슈뢰더 전 총리의 친러 행보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연방 하원에 자리한 그의 사무실을 폐쇄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지난 5월 로스네프트 이사장직에서 자진해서 사퇴하고 가스프롬 이사직 지명도 거부했지만 사민당 내에서는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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